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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공중전화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201
채호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6월
평점 :
품절
또 하나의 시집을 읽는다는 것은 또하나의 인간을 사귄다는 것을 이야기이다. 그의 어릴 적 환경은 어땠는지, 그의 첫경험은 어땠는지, 지금의 그는 어떤지 등등이 그대로 표현되니까. 소설은 거의 99% 거짓말이고, 에세이도 가감이 있을지 몰라도 시는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점에서 시가 있는 코너에만 가면 가슴이 찡하니까. 그랬던 것은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렸고, 시의 영역에도 cyber혹은 digital로 대변되는 요즘의 문화가 깊숙이 투영되어 버렸는가보다. 가능할까 했는데...
무신 소리냐면, 디지탈 시대에 몸을 이야기한다는 <밤의 공중전화>에 나온는 검정 글씨들이 나의 눈에 순식간에 몰려왔고... 난 당했다... 이 시집에는 누군지 모를 너가 나온다. 그리고, 나는 너에 대해 0,1로써 너의 입, 성기등의 몸에 대해 말해댄다. 너의 피부를 쓰다듬고, 너와 섹스를 하고, 너와 밤을 지세고... 너 너 너...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시로써 묶여 있다.
시집을 읽고 난 느낌은 정말 대단한 신선함이었다. 기존의 전통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소재, 새로운 시각... 그렇다고 해서 이 시집이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다. 정말 대단하고, 넘 좋다.
시에 대한 상세한 해설은 언제나와 같이 마지막 해설에 자세히 나와 있다. 다시 말하지만, 오랜만에 읽은 시집은 정말 좋았고, 뭐라 말 할수 없이 충격적이다 - 하지만, 가벼이 그 충격에서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