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떼들에게로의 망명 문학과지성 시인선 112
장석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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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의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은 정말 지겨운 책이었다. 대학시절 교양과목의 기말고사 대체 리포트를 쓰려고 산 책인데, 당시에도 조금 읽다가 말았고, 그후 몇번 그 책을 읽으려다가 번번히 그만 두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 몇 페이지의 시들은 그저 느낌없이 익숙해져 있을 정도니까.

이번에 책을 다시 읽으면서 <청록시선>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고, 주로 일는 책을 읽기 전에 위밍업하는 식으로 가볍게 읽고, 서너개의 시를 읽다가 지치면 바로 덥기로 했다. 그것이 꽤나 적중해서 4부부터 1부로 옮겨가면서 시집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대신 시집을 연속적으로 읽어가면서 느끼는 - 시인을 알아가기에 시 하나하나와는 별개로 점점 켜지는 그런 재미는 느낄 수가 없었다.

일단 이 시집에 대해 말하자면, 대단하다. 뛰어난 시인의 시를 읽을 때 볼 수 있는 시적 표현 - 물론 그것이 나와 명작의 거리를 멀게 해왔지만 - 도 있고, 아픔에 관한 이야기도 잘 그려져 있고. 더욱 기분 좋았던 것은 내가 그런대로 시인이 하는 말을 알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군대와서 시집을 읽으려고 약간 노력을 했지만, 시집을 읽는다는 것은 역시 광산에서 보석을 깨는 것 만큼이나 어려웠다. 근데, 이제 제법 광맥을 잡을 줄도 알게 된 것이다. 문학, 문예사조, 시학에 관한 책들이 그런대로 도움이 되었던 것 같고, 이제 그만큼 시에 익숙해진 것 같다.

사실 어떤 책을, 그것도 새로운 부류의 책을 읽을 때 눈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읽어나가기가 힘이 든다. 하지만, 중간쯤 이루면 대략 눈에 익어서 그 다음은 쉽게 넘어갈 수 있다. 나도 이제 시를 그런대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너무나 기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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