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시학
가스통 바슐라르 / 민음사 / 1990년 4월
평점 :
품절


97년 3월 24일

가스통 바슐라르의 <空間의 詩學>을 다 읽은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 책에 대한 느낌을 곱씹지 않아서 그런지 차라리 책을 읽고 바로바로 읽은 책에 대한 온기가 남아있을 때 후기를 쓰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어쨌거나 지금 내 앞에는 '행복하게' 읽은 책이 놓여 있고, 그 책의 후기를 쓰려고 하고 있다.

이 책을 산지도 꽤 오래된 듯하다. 아마도 95년 가을이 아닌가 한다. 그때는 한참 신문의 책관련 기사를 보며 책을 고르던 시기이다 -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 누군가의 추천으로 이 책을 사게 되었다. 그리고 오랜 동안 잘 모셔두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이책을 손대지 못한 이유는 먼저 <시학>이라는 제목 때문이다. 시에 대해서 뭐 아는 것이 있다고 시학이라는 책을 집어들 수 있겠는가.

더구나 책을 열어보니 작은 글씨로 무엇인가가 빼곡히 쓰여져 있다 - 그것은 시학의 내용이 아니라 몇 십 페이지에 달하는 역자의 각주라는 것을 후에 알았지만. 지레 겁을 먹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97년 3월이 왔다. 여전히 시는 ?로 가득인 것이지만, 그런대로 재미를 붙이지 않았는가. 또, <3월>이기에,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교과서에, 새로운 노트를 펼치를 3월이기에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쳐 들었다.

가스통 바슐라르는 현상학자이고, 이 책은 그 관점에서 시를 보고 있다. 근데, 난 현상학이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데 그것이 벽이 될 수는 없다. 바슐라르는 철저히 자신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고 있으며, 그것을 친절하게도 알려주고 있다. <공간>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소재는 집, 서랍, 상자, 장롱, 구석, 조개껍질 등이며, 후반에는 확대되어 어떤 풍경과 최종적으로 우주로 확대된다. 그리고, 그 곳을 인간의 (시적) 상상으로 가득 채운다. 그리고, 《그 상상력의 궁극성은 바로 요나 <컴플렉스>이다. 그것은 우리들이 어머니의 태반 속에 있을 때에 우리들의 무의식 속에 형성된 이미지로서, 우리들이 어떤 공간에 감싸이듯이 들어 있을 때에 안온함과 평화로움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요나 콤플렉스이다.( 옮긴이가 쓴 [바슐라르와 象徵論史]에서 인용)》이 요나 컴플렉스는 자궁에 대한 인간들의 집착에 대한 현상학적 이론의 정리이고, 이것은 막연하던 개념을 알맞게 요리한 것 같다.

이 책의 본문에서는 이 요나 컴플렉스에 대한 것을 정말 <시적>으로 들려준다. 서술 자체는 물론이고, 인용한 시는 반짝이는 보석이다. 그것을 접함으로써, 상상력을 풍부하게 함으로써 문학을 시를 잘 접할 수 있게 해준다. 다시 말해, <경험의 시학>에서 써럼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책을 읽으며 즐기다 보면 어느덧 시를 알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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