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함부로 단정 짓기엔 매몰차다 할 수 있겠지만, 3년간 시아버지를 자택 간병해 본 나로서는 10년이라는 그 긴 시간이 아플 뿐, 간병 과정의 어려움이나 힘듦이 새롭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소설을 읽으며 다가왔던 몇 가지.
쇼헤이에 대한 요코의 헌신적인 사랑은 눈물겹고 아름다웠다.
내가 모르는 더 깊고 진한 노년의 사랑이 숱하게 많겠지만, 요코처럼 할 자신 없는 나로서는 그저 대단해 보일뿐이었다.
시아버지가 3년간 알코올성 치매를 앓다 돌아가신지 벌써 13년이 지났다.
그때만 해도 요양병원의 시설이나 안전이 믿음이 가지 않던 시기였기에 6개월간의 병원 생활 후 집에서, 출퇴근하는 간병인을 두고 자택 간병을 했다. 맞벌이였고 주말부부였고 아들은 초등학생이었다.
아는 사람들은 다들 대단하다고 힘들었겠다고 위로한다. 그러나 사람은 닥치면 뭐든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안다. 힘들다는 생각도 없었고 그저 주어진 시간을 묵묵히 보냈다. 매일 아침 아버님 배에 인슐린 주사를 놓고 출근을 했는데 바늘 자국이 많아 마음 아팠던 기억, 살이 빠져 너무 말라 안쓰러웠던 기억, 기저귀를 자꾸 찢어서 가죽 장갑을 끼웠던 모습 등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아들 둘 딸 하나, 아끼던 손자도 하나 있는데 임종은 며느리 혼자 지켰으니 마지막 가시는 길이 외롭진 않으셨을까 생각하면 죄송할 뿐이다. 기억도 정신도 흐려진지 오래되었는데 마지막 하신 "내 다 안다~ 수고했다" 그 말씀이 얼마나 또렷했는지는 나만 아는 일이다. 힘들다 생각하지 않고 보냈던 시간들이지만 다시 돌아가 똑같이 살아보라면, 이제는 자신 없다.
자료를 찾아보니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2018년 기준 27%라 한다.
노인 인구가 많은 일본은 당연히 인지증 노인이 많고, 그로 인해 TV에서도 인지증 관련 프로그램이 비중 있게 편성되고 인지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노력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19년 12월 기준 15.48%, 6~7명 중 한 명은 65세 이상 어른이라는 뜻이다.
2050년이면 일본에 이어 노인 인구 비율 세계 2위인 초고령 사회가 된다고 한다.
신경 쓰고 챙겨야 할 부분이 많겠지만 노인 관련 문제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