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을 함께 하지 못한 부채의식에서 시작된 이야기이다. 몇 십 년 동안 기억 속에 밀어놓고 소환해내지 못하던 이야기들을 이제서야 꺼내는 이유는, 경험한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더 늦기 전에 80년 5월의 광주 역사를 전해주어야 할 책무가 있다는 자책과 함께 더 나이 들어 정신이 흐려질 것을 염려해서이다.
소설 집필의 세 가지 관점
첫째, 실화를 소재로 하더라도 사실을 기록하는 보고서가 아닌 진실을 탐구하는 묵시록에 가까운 '다큐 소설'을 표방한다. 저자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체르노빌의 목소리'의 작가, 일명 '목소리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소설을 읽어보면 그의 고백이 이해된다.
둘째, 지금껏 조명되지 않은 광주시민들을 중심에 두고 써보자는 관점이다. 80년 5월 계엄군과 맞서 싸웠던 최대 피해자였던 평범한 시민들을 한 분 한 분 '광주 5.18 역사로서의 소설'에 주인공이자 증인으로 영원히 기리고 싶었다.
요리사, 용접공, 구두닦이, 가구공, 농사꾼, 수위, 재수생, 여공... 등등 실제 소설에서는 수많은 직업과 실명이 등장한다. 나 또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마음으로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옮겨 적으며 읽었다. 실명과 행적이 등장한 인물과 성씨만 나온 이들의 합이 100명이 넘는다.
셋째, 두 번째에서 말한 인물들이 계엄당국에서 주장한 것과 같이 폭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안식을 찾지 못해 고달픈 사람들이었지만 따뜻한 가슴을 가진 민초들이 왜 울분을 토했고 계엄군과 맞서 싸웠는지 '따뜻한 눈물'을 얘기하고 싶었다. 더불어 끝내 총을 들지 못하고 양심의 소리에 괴로워하는 자의 고통도 같은 무게로 쓰고자 했다.
이 소설을 읽는 모든 이가 <<광주 아리랑>>을 통해서 80년 5월의 광주를 실상 그대로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 광주가 특별한 도시가 아니라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보통의 도시였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왜 광주였을까? 소설을 읽으며 궁금했던 부분이다. 10.26과 12.12사태를 거치며 대학가에서 반정부 시위가 끊이지 않고 민주화를 부르짖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즈음, 계엄군의 목표는 왜 하필 광주였을까? 광주가 아닌 내가 살던 도시였다면 나는, 국민학교 앞동산에서 친구들과 놀다 총소리에 놀라 뛰어가다 떨어뜨린 신발 한 짝 때문에 세 발의 총을 맞고 즉사한 전재수 어린이처럼 되지 않았을까? 물놀이하다 총에 맞아 죽은 중1 방광범, 헌혈하고 적십자 이동차량에서 총에 맞아 죽은 여고생 박금희, 그 외에도 민주화가 뭔지 군부독재가 뭔지 정치 따위 관심도 없는 무고하고 선량한 어린 죽음들을 보며 나는 왜?라는 질문이 떠나지 않았다. 왜 광주였을까?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인이 왜 시민을 향해 총을 쐈을까? 왜? 왜? 도대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