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을 두드리는 동안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5
박재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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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놀이라는 말을 언제 마지막으로 들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음악 시간 때마다 시험에 대비해 사물놀이에 등장하는 악기들을 외우고 연주방법 등을 외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듣는 선에서만 좋아하지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제대로 없어 연주 할 때 느낌이라던가, 감정, 공감을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

책을 오랜만에 읽어서인지는 몰라도 ‘징을 두드리는 동안’을 읽는데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개성이 제각각이다. 캐릭터가 확실하다는 면이 나는 좋았다. 남들의 시선은 둘째치고,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아이들이 부럽기도 했다. 소설의 도입부 부분에선 수린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사물놀이패와 함께 러시아로 떠나는 이야기로 시작해 조금씩 아이들과 수린이의 과거가 드러났다. 나름대로 각자 조금씩 아픔을 지닌 아이들이었다.

음악은 엄청난 힐링능력을 지녔다고 나는 생각한다.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것들이 될 수도 있지만 보편적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이 공감, 힘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매체이다. 사실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해소가 가능한데, 직접 두드리면 얼마나 더 시원할까 생각했다. 듣는이도 조용하고, 연주하는 이도 고요해지는 피아노와 같은 악기가 아닌 꽹과리, 징, 장구, 북. 상상만 해도 어깨가 들썩이고 그 악기들만이 낼 수 있는 음색이 벌써 들리는 것 같다. 듣는 사람, 연주하는 사람 모두가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이상하게 사물놀이를 보고, 듣고 있자면 다 같이 뛰어놀고 싶다. 다른 음악에 비해 높은 즉흥성은 지루를 잊게 해주고 모두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책에서 접했던 문장 하나하나가 나에겐 와 닿았고 청소년으로서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뒷부분에서 난희는 우박, 천둥, 번개, 장구 소리 같은 소나기가 하늘의 사물놀이라고 말한다. 축축하고 기분마저 우울하게 만드는 비는 대부분이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비가 싫다며 불평을 늘어놓아도, 창밖에서 비가 내린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길밖에는 없다. 누구나 피하고 싶은 상황은 생기고, 모두가 그 앞에 직면했을 때 긴장한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서, 어차피 이렇게 될 거였다면, 어차피 피할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면 즐기는 게 어떨까. 비뿐만이 아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발자국 더 다가가기 위한 과정 중 하나인 공부, 그리고 앞으로 성장하면서 겪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피할 수 없는 것투성이다. 그 일들과 부딪혔을 때 비를 맞기 싫어 툴툴대는 소녀로서 대응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다음 일도, 또 그다음의 일도, 그다음 다음의 일도, 어쩌면 죽을 때까지 매사에 부정적인 채 눈을 감을지도 모른다. 나의 인생은 한 번뿐이고, 소중한 ‘나’의 것이다. 나의 삶의 반 이상을 부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간다 생각하니 한숨만 푹푹 나올 뿐이고, 투정부리는 데 시간을 쓴다는 것이 참으로 아깝다. 이럴 땐 난희처럼, 단순히 생각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을 타고, 느리게 가느냐 빠르게 가느냐에는 상관없이 한가지 목표를 향해서 가는 아이들이 대단하고 부러웠다. 관심사, 이루고자 하는 것, 바라보는 곳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은 가정사, 과거에서부터 외모까지 모두가 제각각이다. 만약 학교에서 같은 반 학급 학생으로 아이들이 만났다면, 서로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한 채 한 학년을 마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물놀이 앞에서, 다 같이 악기를 두드리고 싶은 마음은 다 똑같다. 그래서 그들은 똘똘 뭉칠 수 있었고 가정사든, 외모든, 과거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의지하며 자랄 수 있었다. 아이마다 상처의 깊이, 크기, 정도가 다르지만 그들은 한가지씩 상처를 지녔다는 공통점을 ‘공유’할 수 있었고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온 힘을 다한 연주, 몸짓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징을 두드리는 동안, 나는 글을 쓰는 동안. 러시아, 더 큰 나라, 세계에 발을 디디기 위해 비행기에 올라탔던 순간부터 아이들은 하나였고, 도전과 모험의 시작이었다. 그들이 징을 두드리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제 어떻게 ‘그 많은’일들을 헤쳐나갈지 않다. 피하지 않고 비 사이를 뚫고 지나가듯 즐긴다. 쥐었던 우산을 내려놓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장구 소리에 흠뻑 취하는 수린이를 상상한다. 그리고 말해주고 싶다. 피하지 않고 즐기는 너의 모습이 정말로 아름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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