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골목집에서 시공 청소년 문학
최은규 지음 / 시공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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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골목집에서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박효신의 야생화란 노래가 떠올랐다.

옛 고궁에 핀 야생화가 봄날 햇살에 아름답게 흔들린다.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소리 없이 그렇게 세월의 바람에 살랑살랑 이리저리 흔들린다. 1년 전에도 10년에도 30년 전에도 60년 전에도 늘 그 자리에서 그렇게 서 있었다. 변한 건 없었다. 아무것도.

 

1940년대 서울 광화문의 모습은 광복 이후에 혼란스러운 격변기를 그리고 있으며 사람들의 모습 또한 오늘날 광화문 빌딩 사이에서 만나는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

좌우 이념에 대립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정체성을 잃었고 등장인물들 즉 나비, 영선, 을수, 민재 또한 그러했다.

 

암울했던 시대 십 대의 청춘들의 러브스토리.

영선이 장안의 내로라하는 부잣집 외동딸이었어도 늘 마음 한구석에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낙산의 약수를 매일 같이 떠다가 아버지에게 드려도 그녀를 웃게 했던 것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거지 소년 나비 한재였다. 이게 가능한 이야기일까? 어쩌면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독자들은 이 스토리를 통해서 어린 시절의 로망과 사랑을 다시 한번 추억해 봄 직하리라 본다.

 

이루지 못할 사랑

훗날 우리가 신랑 각시로 만날 수 있을까?” 영선과 나비는 꿈을 꾸었다. 비록 나비에게 돌아온 것은 배은망덕한 놈이었을 지라도 그들의 사랑은 숭고하고도 참으로 아름다웠다. 영선이 나비를 찾아서 가출하여 충남 공주까지 간 것도.

 

나비는 알았다. 자기가 앉을 곳은 화려한 곳이 아니었음을 말이다. 그는 야생화를 찾아 떠나야 했다. 머나먼 곳으로 아니 어쩌면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야 했다.

서울 인구 100만 정도에 사대문에서 이념의 대립으로 총성이 울려 퍼지고 유명인사가 죽어 나가는 시대에도 청춘의 꽃들은 피어났다. 그들은 저마다 꿈과 희망을 노래하고 사랑을 얘기했다.

 

비록 나비는 떠났어도 영선이는 야생화처럼 홀로 피어있다. 고궁의 한 귀퉁이에서 누군가를 기다릴 것이다. 세월은 흘렀어도 소리 없이 지나간 날들을 그리며 나비가 올 날을 기다리며 그렇게 그렇게 홀로 그 자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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