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어둠
조승리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서제공 #나의어린어둠 #조승리 #다산책방 #서평단


이 책은 2024년 한 해 동안 독자들을 눈물 짓게 한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의 저자인 조승리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4편의 이야기와 1편의 에세이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각각의 주인공들이 시력을 잃어가며 겪은 상실과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는 여러 명의 '조승리'가 등장하고, 독자들도 금세 '조승리'가 되어간다.


'나'는 야맹증이 심해져 찾아간 병원에서 결국 시력을 잃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어릴적 어머니가 집을 나갔고, 결국 아버지마저 돌아가시자 혈혈단신이 되었다. 눈 먼 장애인인 내가 네 옆에 있으려면 네가 무너져야했고, 그래서 무너진 네가 좋았다. 그러나 결국 너는 떠났고 네가 없는 하루가 시작된다.

불행해진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기 위해 그 사람의 불행을 기다리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비극적이고 아파지는 것 같다. 그 마음이 이해돼 오래토록 여운이 짙었던 작품이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나'는 취직 시켜준다는 동창의 꾐에 넘어가 회사에서 연수를 듣던 중, 다단계 업체라는 것을 깨닫고 겨우 탈출한다. 독립하지 못하는 내가 못마땅했던 아버지의 곁을 떠나기 위해 꼭 잘됐어야 했는데, 하루만에 집에 돌아가고 만다. 어머니는 큰 품으로 "나 살아 있는 한 내가 네 눈"이라고 말하며 꼭 안아준다. 모든 걸 잃어도 돌아갈 수 있는 곳, 그곳이 어머니의 품인 것 같다.


특수학교로 진학한 '나'는 생활부장이 되어 급우들, 특히 중복 장애인들을 보살피고, 주변 학교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들을 대신해 맞서 싸우기도 한다. 그림자만 보면 불구 몸이든 구질구질한 가난도 표가 나지 않는다는 말이 마음에 크게 다가왔다.

박완서 선생님 이후로 자전적 소설을 쓰는 작가가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 책을 기점으로 조승리 작가님이 자전적 소설의 명맥을 이어주실 것 같다는 기대감을 심어주는 책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공교롭게도 모두 딸들이고, 어머니가 반드시 등장한다. 세상 따뜻하고, 뜨겁게 우는, 작가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어머니가 말이다. 어찌보면 어머니로 표현된 인물은 자신의 또 다른 내면. 즉, 나를 위로해주고 싶은 또 다른 '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작 리뷰에도 적었지만, 다른 건 차치하고 그저 이분의 문체가 좋다. 담담하지만 몸 속 깊은 곳에서 고여 폭발하는 슬픔이 느껴지는 글이라 좋다. 짧은 시간내에 또 찾아 읽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