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제공
이 책의 배경은 주인공 락영(RockYoung)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LP 바 '첼시 호텔'이다. 화려한 거리를 지나 골목의 끝에 위치한 첼시 호텔은 경쟁에 지쳐 평화를 지향하는 초식동물들이 모이는 공간이자 현실에 발을 붙이지 않고 몇 센티쯤 붕 뜬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열일 곱 락영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 친구도, 애인도 다 나중 일이다. 그러나 스터디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지유와 급격히 친해지며 락영에게 처음으로 '단짝'이 생긴다. 그러던 어느날, 지유에게 '갯지렁이 테러 사건'이 벌어지고, 락영과 도영은 범인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락영은 또 한번의 테러가 일어난 시각, 자리에 없던 도영을 의심하게되고, 마음과 달리 도영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그렇게 궤도를 잃은 락영은 도영과 다시 화해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도영이 지유와 사귄다는 사실에 큰 상실감에 빠진다. 이후, 지유는 테러 사건이 자작극이라는 오해를 받게 되고, 단짝인 락영마저 믿어주지 않는다. 추한 질투심을 숨기려 지유를 미워할 이유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락영은 학교도 가지 않은채 첼시 호텔의 한 켠에 머리를 박고 숨어 지낸다.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는, 이르게 들어온 무덤 같은 이불 속에서.
첼시 호텔의 단골 손님 세라 언니는 "어차피 모든 것이 끝을 향해 가지 않냐"는 락영의 비관적인 물음에 "하지만 우린 그사이에 하늘을 난다"고 답한다. 그리운 시간이 있다는 건 달리 말해 그만큼 사랑한 시간이 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마냥 슬퍼하거나 두려워할 일은 아닌 것이다.
테러 사건의 범인이 밝혀지며, 락영, 지유, 도영은 다시 한 자리에 모인다. 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지만, 락영은 지혜롭게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겼다. 락영에게 찾아온 질투, 미움, 사랑의 감정이 락영에게 준 선물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감해진다는 말과 유사한 말이기에 혼란스럽고, 불안하고, 두근거리는 모든 감정 과잉의 상태가가 지금 이 나이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런 날들이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다. 좋은 문장들에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