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에 빠져있는 도준은 비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비델이 보여주는 사진 속 인물이 언제 사망할지 맞추는, 간단하면서도 돈을 벌 확률이 높은 도박이었다. 도준은 타인의 죽음 앞에서 돈을 따면 기뻐하고, 잃으면 분노할 뿐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다. 주변 인물의 사망에 돈을 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도준은 우울증을 앓던 친구에게 자살할 날짜를 묻는다. 오로지 돈을 벌 생각 뿐이었다. 그러나 친구는 도준에게 말한 날짜보다 이르게 죽고, 도준은 가진 돈 전부를 잃는다.
빌은 '시간 역재생기'를 이용해 인간을 과거로 보내주는 내용을 발표한다. 형편없다는 교수의 평가와 다르게 기업으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를 받아 좋은 자리를 얻는다. 얼핏 인간에게 좋은 기회를 주고, 악마는 얻을 것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을 불행한 시간 속에 갇혀 살게 만드는, 죽음보다 더한 아이템이었다. 인간들은 과거로 돌아가면 절대 후회스러운 일을 하지 않겠다 다짐하지만, 회귀와 함께 모든 기억을 잃자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말았다.
이 책은 리셋증후군 시대의 회귀 욕망을 다루고 있다. 나도 모든 걸 리셋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지만, 이는 결국 책임을 회피하는 일에 불과하다. 거대한 세계의 흐름에서 인간의 의지를 과대평가하는 일이기도 하다.
인간의 수명과 악마의 능력을 거래한다는 점에서 드라마 '마이 데몬'이 떠올랐고, 악마를 인간화하여 대학교를 배경으로 그린 것도 흥미로웠다. 결국 악마는 매개였을 뿐 모든 건 인간의 욕심 때문이다. 위험을 고지하고 경고를 했음에도 더 가지고, 더 살고 싶었던 인간의 욕망이 스스로를 파멸시킨다. 왜 국가에서 마약이나 도박을 금지하고 처벌해야하는지 내내 공감이 갔다. 인간은 자제력이 부족하고, 사회에 미칠 파급력은 가히 상상 이상이다. 소름끼치도록 적나라하고 강렬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