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과 헤어진 이후 해솔은 한강에 빠진 한 학생을 구한 사건을 계기로 소방관이 된다. "사람을 구하는 것은 언제나 옳은 일"이라던 소방관 창석의 영향도 있었다. 사실, 창석이 급류에 휩쓸리던 날은 또 한번 해솔을 구한 날이기도 했다. 해솔은 매번 덤으로 얻은 자신의 인생을 던지는 양 불길 속에 뛰어들어 사람을 구했고, 병원에서 도담과 8년 만에 재회한다. 30대가 된 둘은 자신들을 옭아맨 12년 전 그 날의 진실을 더이상 회피하지 않았다. 단단한 마음을 키워낸 해솔은 불안해하는 도담을 품고 행복을 수용한다.
10쇄를 넘긴 화제의 책답게 가독성도 좋고 재미도 있었지만 감정 소모가 너무 컸다. <구의 증명>이 떠오르기도 했다. 사랑에 '빠진'게 아니라 사랑을 '선택'한 도담을 응원하고 싶으면서도, 당시 연인이던 승주가 또 한 번의 아픔을 겪는게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아무리 시간이 약이라해도 바라만 봐도 진평이 떠오를 둘이 함께 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자꾸만 가치 판단을 하게 되었다. 상처를 자랑처럼 내세우는 사람은 얼마나 가난한지 깨달은 도담이기에, 슬픔과 너무 가까이 지내면 슬픔에 중독된다는 것을 알게 된 해솔이기에 구명환처럼 서로를 끌어안을거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