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마워 사랑해
아네스 안·프란체스카 안 글 노석미 그림
아이가 자신의 출생에 대해 물어올 때.. 이렇게 얘기하니 꼭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출생의 비밀이 나올 것 같지만,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지 물어오는 시기가 있답니다.
우리집 일곱살 남자 사람도 불현듯 엄마 아기는 어떻게 생겨? 이렇게 물어오거든요.
그 때 생식기 그림이 나오는 과학동화책을 보여줘야 할까? 하다가도 아직은.. 이란 생각에
아빠한테 물어봐라며 떠넘기기만 했는데 이 책을 보면 이제 엄마의 대답이 달라진답니다.

이야기는 간략해요.
서로서로 달나라 공주님, 해나라 왕자님 같았던 엄마 아빠가 만나 결혼을 하고
엄마 아빠는 서로를 깊이 사랑했어.
따뜻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꼬옥 껴안았지.
글이 넘 이쁘죠.
그렇게 서로를 깊이 사랑하면..

아빠 몸에서는 엄마의 사랑을 받은 아주 많은 아기씨들이 생겨나고
아빠의 아기씨들은 엄마의 몸속으로 긴~~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정자가 어쩌구 난자가 어쩌구 하는 것 보다는 이렇게 감성적인 그림 이야기가 더 효과적이네요.
아빠 몸 속에 있던 아기씨들은 회색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페이지 가득 회색 아기씨들이 어딘가를 향해 힘차게 달리는 듯한 느낌이어서
책을 읽어줄 때에도 역동적인 느낌으로 읽어주었어요.

도중에 길을 잃어버리거나 지쳐서 여행을 관두는 아기씨들도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달리는 일등 아기씨가 있어요.
남자 아이라 그런지 일등 아기씨란 말에 불끈하더니,

일등 아기씨가 엄마 몸 속에 있는 커다란 아기씨를 만나는 장면에선 급기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거 있죠.
꼭 자기가 일등 아기씨인 마냥 두 주먹까지 불끈 쥐고서 말이죠.
아, 어쩌면 우리 아이도 일등 아기씨였겠단 생각이 드네요.

큰 아기씨와 일등 아기씨는 한 몸이 되고 점점 변해 갑니다.

엄마의 배 속에서 아이가 어떻게 자라나는지 그림이 잘 그려져 있어요.
엄마의 자궁 속에 웅크리고 앉은 아이의 모습에서 처음에는 없던 눈과 손, 발이 생겨나는 그림도 동글동글하게 그려져 있고,
엄마 배 속의 아이가 커 가는 동안 점점 불러오는 엄마의 모습 그림도 있어요.
엄마가 먹는 음식을 함께 먹고, 아빠가 부르는 자장가를 함께 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너도 그랬었다고, 아빠가 자장가도 들려주고, 동화책도 많이 읽어줬다고 얘기하니 정말? 하며 헤벌쭉~

이제 아이가 엄마 배 속에서 나올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요.

누굴까? 누굴까? 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
그냥 물감으로 썰렁썰렁 쓰윽 그려놓은 듯한 그림체가 이색적이기도 한 그림책이예요.
과연 어떤 아기가 나왔을까요?
나도 작은 아기씨였어?
아이의 물음입니다.
이제 어떻게 대답해 줘야 할지 답이 보이죠?
맞아! 근데 그냥 작은 아기씨가 아니라 일등 아기씨였어!!
라고 일등을 강조해 주니 좋아라 합니다.^^


책놀이로 양쪽에서 볼 수 있는 책을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색종이와 동그라미 스티커로 큰 아기씨와 작은 아기씨를 표현하고,
책 속 그림 세 장을 스캔해서 붙였어요.

앞면은 아빠 몸 속에 있던 작은 아기씨가 엄마 몸 속으로 가 큰 아기씨를 만나 하나가 되면
엄마 배가 점점 불러온다는 것을 보여주고,

뒷면에서는 아기씨가 엄마 매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지,
그리고 아이가 어릴 적 사진들 중에 하나를 오려 붙이기로 했는데
엄마는 아이 사진만 오렸으면 했지만, 아빠랑 같이 있는 걸로 원해서 종이의 사이즈에 맞지 않아 약간 팝업 느낌으로 붙였어요.


뜬금없는 이야기이지만,
故 신해철 님의 책인 마왕 신해철 중 신해철 님의 어머님께서 하셨다는 말씀을 옮겨봅니다.
"네가 행여나 얘네들 똥 치우고 기저귀 갈고 길렀다고 해서 애들한테 베풀었다거나 심지어 덕 볼 거라고 절대 생각하면 안된다.
아이들이 어미한테 베푸는 게 얼만데. 세상 모든 기쁨과 깨달음은 이 애들이 우리한테 주는 거다. 기르고 난 후가 아니라, 기르는 도중에 우린 보답을 벌써 백배 천배로 받고 있는 거야."
육아.. 참 어렵고도 험난한 길인 거 내내, 평생 느낄테지만,
아이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 기쁨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가끔씩 엄마 속을 상하게 할 때도 있지만, 아이가 평온하게 자는 모습이나 웃는 모습 등은
그것만으로도 큰 기쁨이 되어요.
많고많은 사람 중에 엄마 아빠에게 와 줘서 고맙고 사랑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