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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해질 수 있을까? ㅣ 그림책 마을 1
츠지무라 노리아키 지음, 하지리 토시카도 그림, 유문조 옮김, 하지리 토시카도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1월
평점 :

친해질 수 있을까?
글 츠지무라 노리아키 그림 하지리 토시카도 옮김 유문조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듯이, 아이들의 세계에서도 다양한 성향의 아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아이들도 끼리끼리 모여노는 요즘같은 때, 나와 전혀 다른 성향의 친구라도 알고 보면 괜찮은 구석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과
나와 전혀 다르지만 충분히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이야기인데,
내년에 원을 옮기게 되어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나는 그 녀석이 별로다.
이 한 구절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이들도 자기만의 세계가 있어서인지 나와는 달라보이는 성향의 아이에 대해서는 거리감이나 선입견이 생기나보다.
첫 문구가 아이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했다.

그 녀석이 별로인 이유는
그 녀석은 언제나 으스대고, 우악스럽고 제먹대로이고 또 인상도 험상궂게 생겼다는 이야기.
눈에 보이는 게 다는 아닌데 아직 어린 아이들의 눈엔 눈에 보이는 게 다처럼 보이는 시기이니
이런 상황은 충분히 있을 수 있으리라.

운동회 연습으로 이인삼각 경기를 해야 하는 체육시간.
키 순서대로 두 줄로 서서 옆에 있는 사람이랑 한 조가 되어 하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시는데,
딱 그 녀석 옆이라 좀 난감한 표정.
근데 그 녀석은 그냥 당당한 표정이다.
그림만 유심히 봐도 이 친구가 괜한 오해와 걱정을 하고 있는 게 보이는데
여섯 살 아이는 그냥 둘이 같이 하면 되지!! 한다.
아직은 자신이 처해보지 않은 상황이니 해맑기만 하다.

"있잖아…… 첫발은 아무래도 묶은 발을 먼저 내딛는 것이 좋겠지?"
"아냐, 묶지 않은 발부터 할 거야."
조용하게 의견을 내어보지만 한 마디로 묵살해 버리는 그 녀석.
여섯 살 아이도 이러면 안된다고 지적한다.
이래서 그 녀석이 별로라고 하는 거겠지만..

그 녀석이 말한 대로 처음 내딛는 발을 묶지 않은 쪽으로 했지만,
연거푸 넘어져 꼴지를 하고 만다.
이야기의 뉘앙스가 묶지 않은 쪽을 처음 내딛어서 그런 거라고 얘기하는 듯 하기도 한데
이건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제대로 마음을 맞추지 못해서가 아닐까?

방과 후 운동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데
운동장 구석에서 외발자전거를 타고 있는 여자 아이가 넘어져 울고 있는 모습이 보이자,
"앗" 하고 그 녀석이 뛰기 시작한다.
묶은 쪽의 발을 앞으로 내딛으려는 그 녀석을 따라 엉겹결에 이끌려 달리게 되는데
어쩐 일인지 이번에는 넘어지지 않고 여자 아이에게로 달려간다.
학, 학, 학, 학
어느새 둘이 내뱉는 숨소리가 하나가 되더니,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내쉬는 숨소리가 구령으로 변했다.
이 과정에서 여섯살 아이가 와~ 이제 1등 할 수 있겠다!! 하며 벌써 환호성을 내지른다. 정말 1등 했을까?
외발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여자아이는 그 녀석의 여동생이었다.
여동생에게 다정한 그 녀석의 모습은 여차여차 말이 없어도 그림으로 충분히 느껴진다.

드디어 운동회 날!!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구령이 딱 맞았고, 묶은 다리가 힘차고, 믿음직스럽게 느껴졌다.
멀리서 그 녀석의 여동생 마유미가 응원하는 소리도 들려온다.
우승은 중요치 않다.
경기가 끝났지만 묶었던 끈을 풀어 다리가 자유로워졌지만,
속마음은 끈을 풀지 않고 그 녀석과 더 달리고 싶었단다.
씨익 웃게 하는 구절.

그 마음이 통해서일까?
서로 각자의 환경으로 돌아가 각자의 친구들과 노는 모습이지만,
불쑥 서로를 향해 V를 하는 모습이 머리를 쓰담쓰담해 주고 싶어진다.
여섯 살 아이에게는 아직 조금 어려운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든 뭐든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생각을 정해버리면 안되는 거라고 얘기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