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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생각 ㅣ 파랑새 그림책 118
최순애 글, 김동성 그림 / 파랑새 / 2015년 3월
평점 :

오빠 생각
최순애 글 김동성 그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소녀가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아 쪼그리고 앉아있다.
표지 그림만 봐도 이 소녀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루 든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동요 오빠 생각이 아름다운 수채화를 만나 이쁜 그림책으로 출간되었다.

앞표지를 넘기면 봄을 준비하느라 바쁜 농촌 풍경이 펼쳐진다.
어느 곳에는 이미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보이기도 하고, 군데군데 예쁜 들꽃들이 핀 것두 볼 수 있다.
이런 풍경들.. 요즘 아이들에겐 참 낯설 풍경이겠지?
그렇다고 엄마인 나에게도 익숙하다고는 할 수 없는 풍경.
어린 시절 시대극 드라마에서나 보던 풍경이란다.

앞 페이지에서 전체적인 동네 풍경을 볼 수 있었다면,
뒤로 갈수록 그림의 부분부분을 살펴보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우선은 꼭 저쪽에서 오빠가 오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동네 어귀를 보여주는 듯한 그림이다.

뜸뿍뜸뿍 뜸뿍새 논에서 울고
논에서 벼 이삭이 자라고 그 위로 한 마리의 새가 날아든다.
논둑길로 말타고 떠나는 오빠 뒤로 엄마랑 누이동생이 배웅하는 모습이 보여요.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그림을 들여다보면 장안문이란 한자가 보여요.
수원성의 북쪽문이라지요. 아마도 실제 저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하는데
저자는 수원성의 장안문에서 오빠랑 헤어졌나 봅니다.
작가의 이야기를 살짝 빌리자면 동경으로 유학 갔다가 관동대지진 직후 일어난 조선인 학살 사태를 피해 간신히 돌아온 오빠.
하지만 일본 순사들이 늘 요시찰 인물로 보고 따라다녔대요. 소년운동과 독립운동을 열심히 하며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집에 오ㅘㅆ었는데 어느날엔 소식조차 없었다고 합니다. 그 때 오빠를 그리며 쓴 시가 이 시라고 해요.
노랫말만 들어도 슬픈데.. 그 내마겡 이런 슬픈 사연이 있었다니..
전쟁이란 정말 무서운 것이네요.

어느덧 가을이 되고 온천지가 알록달록 예쁜 빛깔의 옷으로 갈아입고
이내 나뭇잎도 우수수 떨어지는데 오빠는 소식이 없습니다.

뒷표지 안쪽의 그림입니다.
앞표지 안쪽의 파릇파릇 새싹이 돋어나던 그림과는 대조적이네요.
모든 것이 흰 눈으로 뒤덮여 있는 가운데 아이들이 눈싸움을 하고 있는 듯한 풍경,
가게 앞의 눈을 치우는 모습 등등.. 지금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었네요.

오빠 생각 이전에 고향의 봄이 먼저 출간이 되었어요.
고향의 봄도 동시라는 것.
그리고 고향의 봄을 쓰신 이원수 님과 오빠 생각을 쓰신 최순애 님은 우리나라 1호 문인 부부라는 숨은 이야기도 볼 수 있었어요.
어른들은 귀에 익은 노랫말을 예쁜 수채화와 함께 즐길 수 있고,
요즘 아이들에겐 다소 생소한 풍경이지만, 삭막한 도시의 풍경에서 벗어나 눈으로나마 한적한 시골 풍경을 마음에 담아보게 할 수 있겠어요.
요즘에도 아이들 교과서에 이 동시들이 실리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이랑 책을 볼 때엔 동요도 찾아서 들려주었더니 어느새 이렇게 노래를 부르더라구요.
어찌나 즐겨 부르는지 아침에 잠깐 책 읽어주고 동요 동영상 찾아주었을 뿐인데 며칠 동안 내내 연습하더니,
이내 이렇게 부르더라구요.^^
그리고, 책이 너무너무 고와서 고이 간직하고 싶을 정도랍니다.
나중에 아이의 할머니가 오시면 보여드려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아이의 할머니도 이런 시대를 사셨던 건 아니지만 바로 할머니에게도 엄마가 있으셨으니까 왠지 좋아하실 것 같아요.
어쩌면 그래, 옛날엔 이랬지 하시면서 옛이야기 한가닥을 해 주실지도 모르니깐 말이죠.^^
세대를 어우를 수 있는 그림책 『오빠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