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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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시 하나하나 사랑이란 무엇인지, 밝음부터 어두움까지 사랑의 스펙트럼 어딘가에 한 자리에 조심스레 놓여 있다. 하나로 정의하기에는 사랑은 복잡하다. 모정과 부정, 성적인 쾌락, 사물에 대한 애정, 처절한 그리움, 안타까운 그 마음, 존경과 미움. 어찌 보면 사랑이란 감정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아서 더 아름다운 것 같다. 세상엔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참 많기 때문에 모든 걸 내 뜻대로 되게 만들게 하고픈 욕심이 들게 하는 사랑은 날 가끔 괴롭게 만든다. 특히나 그중 가장 어려운 사랑은 나 자신에 대한 사랑. 인생이 이토록 어렵고 내가 작아 보이는 건 내가 날 많이 사랑해서겠지. 날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사소한 것에도 이렇게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을 거다.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술 한잔, 202쪽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내 앞에 이 사람을 끌어 안고 놓아주고 싶지 않은 순간도, 밑바닥을 기는 처절하고 들키고 싶지 않은 순간도 느껴야 한다. 그 순간들이 아무것도 아닌 작은 점이 될 만큼 버티고 버텨 터질 듯한 마음을 지나 보낸 수많은 시간들이 있어야 한다. 좋은 것만 좇으려는 마음은 사랑이 아니다. 그걸 알아야 지키고 싶은 그 대상을 위해 마음의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고, 그러면서도 햇빛이 가리워질 때 오래 묵은 장작처럼 나의 마음을 태워 불씨를 피워낼 수도 있게 된다. 그래서 사랑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자꾸만 사랑을 하고 싶은 이유는 사랑이 그 빛을 더 밝게 빛날 수 있게 하는 내 어둠마저 좋아보이게 하기 때문. 어둠도 갖고 있어서 다행이다. 내 어둠까지도 쓸모있게 만들어주는 그대들은 참 대단한 사람들인 것 같다.

당신은 눈물을 구울 줄 아는군

눈물로 따끈따끈한 빵을 만들 줄 아는군

오늘도 한강에서는

사라들이 그물로 물을 길어 올리는데

그 물을 먹어도 내 병은 영영 낫지 않는데

당신은 눈물에 설탕도 조금은 넣을 줄 아는군

눈물의 깊이도 잴 줄 아는군

구운 눈물을 뒤집을 줄도 아는군

국화빵을 굽는 사내, 250쪽

펄펄 끓는 물에

꽃이 핀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하여

그 꽃을 꺾어

꽃다발을 만든다

사랑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기 위하여

펄펄 끓는 물에

꽃은 다시 깊게 뿌리를 내린다

물의 꽃, 254쪽

괜히 음악이나 영화도 남들이 모르는 작품 찾아 보듯이 가장 유명한 시가 아닌, 소소해서 더 와 닿는 시 몇 편을 가져왔다. 사람들에게 너무 많이 읽힌 시보다는 낯설게 느껴져 사물과 주제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그런 시가 좋다. 특히 국화빵으로 저런 시를 짓다니 감탄스럽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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