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쓰는 용기 - 정여울의 글쓰기 수업
정여울 지음, 이내 그림 / 김영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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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쓰는 용기

정여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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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김영사 서포터즈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좋았던 책이 무엇이었냐 묻는다면 난 아마 지체 없이 이 책을 이야기할 거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확실히 얻었다거나 정말 큰 배움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지식 축적, 혹은 단순 재미를 위해 독서를 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나의 선택에 그닥 공감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책의 매력은 내용의 탄탄함이나 작가의 똑똑함 같은 것에서 나오지 않는다. 만약 이 블로그에 있는 나의 글들이 당신의 마음을 움직인 적이 있다면 내가 왜 정여울 작가를 좋아하게 됐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글 쓰는 일의 진정한 쾌락은 내가 맺은 인연, 나를 진정 알아주는 사람, 내 글을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들에 대한 무한한 감사에 있습니다. 글을 쓰게 된 이후로 저는 아주 잠깐 스쳐가는 인연의 소중함을, 아주 오래전 마주쳤던 사람들의 애틋함을, 더 오래 더 깊이 기억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글을 쓸 수 있기에 저는 더욱 강인하고 따뜻하면서도 정 많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102쪽

책을 읽으면서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나에게 글 쓰기란 이 세상을 향한 나의 애정을 듬뿍 담아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써내려가는 행위다. 몇 시간이고 한 자리에 머물러 앉아 마음 속 깊은 곳을 들여다 보는 이 시간 동안에 난 가장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느낀다. '지금, 여기' 이 순간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아주 자세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밀도 높은 이 시간들은 다음 몇 달을 흔들리지 않고 살아 가게끔 나 자신을 지탱해주는 나만의 소소한 역사적 기록이자 값진 자원이다. 그래서 그런지 글 쓰기에 대한 정여울 작가의 그 마음이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가늠이 간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삶이 이토록 풍성했을까, 글을 쓸 수 있어 다행이다 하는 마음에 글 쓰기가 나에게 주는 의미를 깨닫게 만들어준 작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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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관계들로부터 잠시 나를 고립시켜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고독한 시간은 큰 자양분이 된다. 오히려 글을 통해 나 자신과 친구가 됨으로써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무서울 게 없어진다. 이때 난 어떤 것을 할 때보다 자유롭고 안전하다. 조건은 나 자신한테만은 솔직해야 한다는 점. 솔직하지 않으면 고독은 두려운 존재가 된다. 모순도 많고 상처 받을까 겁나 가끔은 이기적인 나를 혼내기도 하고, 그럼에도 부족한 나의 곁에 서있는 수많은 인연들을 떠올리며 진정으로 감사를 느낀다. 그리고 보답하는 마음으로 글 쓰기를 통해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사랑하는 이들이 필요로 할 때 내가 방패로 나설 만큼 용기가 피어오를 수 있게 말이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 순간을 스스로 마련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나 자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은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런 시간이 있기에 어떤 일이 닥쳐 와도 난 내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헷갈리지 않는다.

문장이 탁! 하고 떠오르는 순간은 정말 사랑에 빠지는 것만큼이나 경이로운 순간이죠. 미치게 좋아요. 그 맛에 글을 쓰는 것이죠. 어떤 대상이 나에게로 다가와서 오직 나에게만 말을 거는 듯한 그 아름다운 착시. 그 아름다운 순간을 위해 글을 씁니다. 그 순간의 희열은 독자들에게도 분명히 전달되어요. 내가 기뻐서 쓴 글은 독자들이 귀신같이 알아보죠.

47쪽

다들 내면의 수심 아래로 침잠하는 시간을 한번 쯤은 꼭 가져보길 바란다. 바다가 깊고 어두워 보여도 막상 그 속에 들어가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심오한 풍경에 놀랄 것이다. 수면 위에 있는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난 이렇게 많은 것들을 품고 있는 바다이기 때문에 이걸 혼자 보고 있어도 아쉽지 않다. 언젠가 누군가 그걸 알아 본다면 제 발로 걸어 들어와 나와 함께 이 바다를 헤엄치겠거니 하고 기다리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조용한 새벽 방에서 노트북을 타닥타닥 치는 소리로 정적을 메우거나, 혹은 에어팟을 꽂고 핸드폰 메모장을 열어 그 장소가 어디가 됐든 난 글을 쓰며 그곳으로 풍덩- 빠진다. 종일 나를 애태우던 잡생각들이 사서가 서가를 정리하듯 알맞는 곳으로 정리되어지는 기분. 절대 풀 수 없을 것만 같던 퍼즐 조각들이 알아서 제자리를 찾아가 작품이 완성된 기분.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아마 이 쾌감을 알지 못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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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가 추천의 글을 썼다. "책을 덮고 나니 작가와 밤을 새워 술잔을 기울인 듯한 느낌, 그것만으로도 이다음 글쓰기는 훨씬 덜 외로워질 것 같은 행복한 예감이 밀려온다. 이 책과 함께라면 글쓰기는 고독한 외톨이의 투쟁이 아니라, 혼자 있어도 언제나 온 세상 사람들과 손을 잡고 신명나게 춤을 추는 유쾌한 축제가 된다"고. 글 쓰는 외로움을 더 이상 느끼지 않을 거라는 것. 이 책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것인지 한마디로 정리되었다. 외로움이 사무치게 오는 날이 오면 난 정여울 작가를 떠올릴 것이고, 마치 친구가 옆에 있는 듯 외로움 속 따뜻함을 발견하게 될 거라고.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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