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T
무라카미 하루키 저
늘어지는 주말 오전,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펼쳐 보기 딱 좋은 책. 깊은 사유에 빠지기엔 살랑살랑 오전의 공기는 내 기분을 둥둥 들뜨게 만든다. 시간이 온전히 내 것이 된 것만 같은 착각이 드는 토요일 아침이었다. 난 처음으로 하루키의 사소한 이야기에 내 귀를 맡겼고,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할 일의 늪에서 오랜만에 벗어나 그의 세상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가벼운 산책을 즐겼다. 하루키의 티셔츠 수집 본능은 날 신기하게 이상한 방식으로 위로했다. 아무리 세상과 부딪히며 사는 게 힘들어도, 혹은 정신없이 사느라 며칠이 훅 지나가도 인생의 번외편으로 취미가 주는 재미를 만끽하며 사는 나 자신이 어딘가 내 안에 계속 숨 쉬고 존재하고 있구나, 이러한 생각의 환기가 이번 달 내내 긴장하고 있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그 유명한 하루키도 책으로 만나본 적이 없을 만큼 다독하는 사람은 아니다. 책을 좋아한다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니 어디 가서 취미로 '독서'를 꼽진 말아야겠다. 엄마가 좋아하던 하루키의 소설을 읽는 게 언젠가의 목표였는데, 왠지 손이 잘 안 가게 되더라. 장편 소설은 항상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그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내용도 없는 이 책을 읽으니 그렇게 미루던 하루키의 소설이 갑자기 궁금해진다. 지금 쌓여 있는 책들을 모두 다 읽고 다음 책을 사러 서점에 가게 되면 아마 하루키가 가장 먼저 생각날 것 같다. 내가 워낙 에세이를 좋아해서 이 책이 유독 마음에 들어 그런 걸까, 아니면 특유의 문체에 반해 하루키를 벌써 좋아하게 되어버린 걸까 그건 아마 소설을 한 권이라도 읽어 보면 금방 나올 답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