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 쉬는 과학 - 열정적인 합리주의자의 이성 예찬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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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숨 쉬는 과학

리처드 도킨스 저

나의 지식은 이정도구나, 역시 과학은 내 머리의 한계를 정확하게 짚어준다. 이렇게까지 독서가 힘들었던 건 2학년 1학기 영국문학개론 전공 수업으로 Wordsworth, Coleridge, Shelly 이런 작가들이 쓴 산문 읽었을 때 이후로 처음이다. 방금 그게 무슨 말이었지 하면서 자꾸 읽었던 문단을 읽고, 또 읽으면서 저절로 겸손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처음 보는 학자들의 이름도 많았고, 다 읽고 나서 아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느끼게 되는 에세이들도 있었다. 이번 서포터즈 활동을 거치면서 좀 더 다양한 학문을 접해보고 싶다며, 이과 쪽 지식은 민망하리만큼 적은 나의 시야를 넓히기 위한 과학 관련 책들도 도전해봐야겠다는 마음이었는데, 하필 그 시작이 리처드 도킨스였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만 이야기하자면 리처드 도킨스이 비판받고 쉽게 오해받는 이유가 대체 어느 지점에 있는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고, 나 역시도 그런 부분이 신경 쓰여 책에 푹 빠져들어 읽기가 힘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말에 설득 당하는 것에 있어서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뭔가 에세이 내내 갸우뚱거리다가 마지막이 돼서야 "아 그치, 맞는 말이지" 할 수밖에 없어서 인정하기 싫어도 수긍하게 되는 느낌 ...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었을 때 마음에 일던 인문학적 쾌감과는 느낌이 달랐다. 상당히 낯선 기분이었다. 마치 친구끼리도 팩트로 때리는 애들이랑은 가끔 대화도 하기 싫고, 왠지 막 그냥 '알았다'고 넘기기 싫은 것처럼 도킨스는 내 안의 자존심과 고집을 건드렸다. 물론 당연히 반박은 못한다. 그만한 논리도 없고, 증거도 뭐도 없기 때문에 자존심이 고개를 쳐들어도 그냥 조용히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두리틀 박사를 읽으며 자란 어린이는 이 이중잣대를 지나칠 수 없다. 성서를 읽으며 자란 어린이는 틀림없이 그것을 지나칠 것이다.

159쪽

예를 들자면, 이런 대목에서 과학적 근거와 이성적 사고를 중시하는 사람은 이중잣대를 들이밀지 않고, 문학과 종교이나 철학 안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그런 오류를 보아도 눈을 감을 거라고 하는데 ... 무슨 소리인지는 대충 알겠다. 성서에는 모순과 차별과 혐오와 비합리적인 것들 투성이니까. 그리고 그걸 절대적인 사실이라고 배운 사람들은 살면서 편협하고 비정상적으로 사고를 하는 순간들이 꽤 있을 거다. 그러나, 성서가 '틀림없이' 사람들을 눈 막고 귀 막게 만들 거라는 그 편견과, 그리고 두리틀 박사 책을 읽은 모든 어린이들은 모든 상황에서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을 거라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요 작가님 ..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열정적인 합리주의자의 이성 예찬'에 넘어갈 수 있었던 건 내가 어떤 구절이든 반박을 하고 싶을 때마다 도킨스의 촘촘한 논리에 내가 어느 지점부터 지적을 해나가야 할지 아예 엄두가 안 나서 역시 .. 이성이라는 게 감정만큼이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 거구나 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기 때문이다. 차가운 머리에 뜨거운 가슴이라면 그게 바로 완전체 인간이라는 거 .. 휘몰아치는 감정밖에 찾아볼 수 없었던 나의 자아에 '이성'이라는 동아줄이 생긴 건 정말 얼마되지 않았기에 냉철하게 생각하고 세상을 곧이곧대로 보려면 아직은 시간과 노력이 좀 더 필요할 듯하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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