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숨 쉬는 과학
리처드 도킨스 저
나의 지식은 이정도구나, 역시 과학은 내 머리의 한계를 정확하게 짚어준다. 이렇게까지 독서가 힘들었던 건 2학년 1학기 영국문학개론 전공 수업으로 Wordsworth, Coleridge, Shelly 이런 작가들이 쓴 산문 읽었을 때 이후로 처음이다. 방금 그게 무슨 말이었지 하면서 자꾸 읽었던 문단을 읽고, 또 읽으면서 저절로 겸손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처음 보는 학자들의 이름도 많았고, 다 읽고 나서 아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느끼게 되는 에세이들도 있었다. 이번 서포터즈 활동을 거치면서 좀 더 다양한 학문을 접해보고 싶다며, 이과 쪽 지식은 민망하리만큼 적은 나의 시야를 넓히기 위한 과학 관련 책들도 도전해봐야겠다는 마음이었는데, 하필 그 시작이 리처드 도킨스였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만 이야기하자면 리처드 도킨스이 비판받고 쉽게 오해받는 이유가 대체 어느 지점에 있는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고, 나 역시도 그런 부분이 신경 쓰여 책에 푹 빠져들어 읽기가 힘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말에 설득 당하는 것에 있어서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뭔가 에세이 내내 갸우뚱거리다가 마지막이 돼서야 "아 그치, 맞는 말이지" 할 수밖에 없어서 인정하기 싫어도 수긍하게 되는 느낌 ...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었을 때 마음에 일던 인문학적 쾌감과는 느낌이 달랐다. 상당히 낯선 기분이었다. 마치 친구끼리도 팩트로 때리는 애들이랑은 가끔 대화도 하기 싫고, 왠지 막 그냥 '알았다'고 넘기기 싫은 것처럼 도킨스는 내 안의 자존심과 고집을 건드렸다. 물론 당연히 반박은 못한다. 그만한 논리도 없고, 증거도 뭐도 없기 때문에 자존심이 고개를 쳐들어도 그냥 조용히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