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앙드레 드 리쇼 지음, 이재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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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결혼하고 오랫동안 아기가 없었을 때 사는 게 헛헛하다고 느꼈다. 무엇을 해도 미진하고 채워지지않는 허전함이 있었다.

내 몸으로 낳은 자식이 있다면 이 세상에 뿌리를 내리고 이 세상의 삶이

계속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인지 죽어도 괜찮을 것인지 더이상 고민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들를 낳았다. 

조금씩 변해가는 아들의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로 아들은 예뻤고 신비로왔다.

모든 것을 보상받은 느낌. 내게 아들만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그 느낌이 한동안 지속되었다. 아들이 커가면서, 특히 사춘기를 겪으면서 그런 생각은 희미해졌고, 이젠 아들은 아들 고유의 인생이 있고 나는 나만의 인생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시 일을 시작했고, 나만의 즐거운 일들을 찾기 시작했다.

 

자식이 어머니의 모든 것을 채워 줄 수 있을까.

세상의 어떤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고통을 인내한다.

하지만 어떤 어머니는 모성보다 여자로서 사랑받고 싶은 본능이 더 커다랗게 다가온다. 그것이 비난받아 마땅한 일일까. 보통의 가정처럼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같이 자식을 키우고 있다면 여자로서의 본능과 어머니로서의 모성이 충돌을 일으키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창 사랑할 수 있는 에너지가 충만한 젊은 여자가 미망인이 된 경우라면 어떨까.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전쟁 미망인이 된 여자. 그녀는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보다 그 부분이 커다란 고통으로 다가온다. 그러므로 아들에 대한 애정도 순수하지 못하다. 아들이 관심을 갖거나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을 빼앗아 버리고 질책한다. 오로지 아들의 사랑을 자신에게만 가두어두기 위해서.

 

건장하고 잘생긴 독일인 포로가 다가왔을때 그녀는 사랑에 빠지고 임신을 한다. 그로인해 그녀는 모든 것을 잃는다. 독일인은 소문날 것이 두려워 그녀을 떠난다. 그녀는 연인을 잃은 것에 대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고 아들마저도 그녀를 경멸하게 된다.

그녀는 죽음을 생각하고.. 결국 비극에 휩싸이지만..

그녀가 그렇게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잘못을 한 것일까. 한여자 또는 한 남자가 사랑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 자체로 비난받을 만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경솔했다. 적국의 포로와 사랑에 빠져 임신을 하다니..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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