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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굴레에서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평점 :
이 소설의 문장들은 간결하고 명쾌하다.
머릿말에서 밝혀 놓았듯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말을 낭비할 여유가 없는 듯이 보였다.
인간에게 씌어진 굴레는 무엇일까.
인간의 삶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성장 소설이다.
필립은 선천적으로 다리에 장애를 지녔고, 어렸을 때 부모를 모두 잃었다.
그에게 씌워진 굴레는 가혹하게 여겨지기도 했지만,
그가 막상 부닥치고 헤쳐나가야 했던 어려움은 그런 것들 위에 있었다.
다리의 장애는 어린 필립에게 심한 놀림과 따돌림의 원인이 되곤 했지만 필립은 그런 것들을 극복해 내었다.
필립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들은 인간 보편의 한계와 맞닿아있다.
신앙의 굴레를 벗어나서 자유의지에 따라 살아야 하는 것도 그 중 하나였고,
화가가 되고자 노력했으나, 결국 재능의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것.
누구보다도 예술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고, 자신의 전부를 걸었지만,
자살해버린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필립은 예술가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의사로서의 삶을 살기로 한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랑할 가치도 없는 여인에 대한 불가해한 열정, 또한 인간으로서 갖는 하나의 굴레였다.
물려받은 유산을 다 탕진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필립은 백부의 죽음을 간절히 바라기까지 한다. 인간이란 참 나약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필립이 깨닫는 것은 삶이란 양탄자와 같다는 것이다.
특별한 의미가 주어지지 않아도 기쁨을 가지고 다양한 자기만의 무늬를 만들어가는 것.
젊어서 읽었을 때는 큰 감명을 받았지만,
나이들어 다시 읽으니 감명보다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었다.
재미있어서 후다닥 읽어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