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만 -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외 11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3
토마스 만 지음, 박종대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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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는 인간이 무엇으로 사는지?에 대한 탐색이 뛰어나다.

주인공들은 건실하고, 착실하고 지성을 갖춘 인물들이다.

하지만, 누군가와 마주친 후 일상을 뒤흔드는 열정에 휩싸인다. 

이 단편집들에서 주인공들은 결국 죽음에 이른다. 

그들을 죽음으로 이끄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은 갈망, 그것의 좌절이다.

<키 작은 프리데만씨>나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에서

주인공은 평소에 이성적이고 건실한 사람이었음에도 치명적인 아름다움에 이끌린 후

그 감각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한다. 

 

<행복에의 의지>에서는 병에 걸려 있는 친구는 오랫동안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다가

결혼식을 올린 다음날 세상을 떠난다.

 친구를 살아있도록 지탱해준 것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에 대한 기대였던 것이다.

<죽음>은 또 어떤가? 자신이 죽을 것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사랑하는 딸을 남겨둘 수 없어서 차일피일 죽음을 미뤄오던 중, 죽음이 그것을 알고 딸을 먼저 데려간다.

 

 

요하네스는 모든 것에 즐길 만한 가치가 있고, 그래서 행복한 체험과 불행한 체험을 구분하는 것이 어리석은 짓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모든 느낌과 기분을 정말 기꺼이 받아들였고, 그게 우울하건 명랑하건 가리지 않고 소중하게 키워 나갔다. - P13

자다가 여러 번 깰 뻔했지만, 그때마다 그는 깨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의식 없는 상태로 다시 빠져들어 갔다. 그러나 날이 완전히 밝자 눈을 뜨고 고통스러운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제의 일이 마음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잠으로도 고통은 결코 중단되지 않는 듯했다. - P25

그는 보았다. 갑자기 바뀌는 부인의 표정을. 그녀의 얼굴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미세하게 잔인한 비웃음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그녀의 눈이 예전에 두 차례 그랬던 것처럼 섬뜩하게 떨리면서 그를 탐색하듯 꼿꼿이 바라보는 것을. - P31

그녀에 의해 개처럼 취급받아 이렇게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지금은 그 증오가 자기 자신에게라도 터뜨려야 할 활화산 같은 분노로 바뀌지 않았을까? 아니면 자신에 대한 역겨움으로 치를 떨고 있을까? 스스로를 파멸시키고 싶고, 갈가리 찢어 버리고 싶고, 완전히 없애 버리고 싶은 갈망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을까?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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