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제공 #서평마약 카르텔을 다룬 시리즈 <나르코스>나 영화 <시카리오>를 보면 폭력의 구조는 비교적 명확하다. 카르텔 대 카르텔의 이권 다툼이나 범죄 조직을 소탕하려는 정부기관과의 충돌로, 총을 쏘고 전쟁을 벌여도 어쨌든 그들끼리의 전쟁이다. 그래서 폭력의 대상은 조직 내부자들 혹은 적대 세력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읽기 전 ‘딸을 잃은 엄마의 추적 실화’로 소개된 탓에 처음에는 영화 <테이큰>처럼 특수한 비극을 마주한 부모의 불굴의 의지 정도로 상상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그 생각이 완전히 무너졌다.<두려움이란 말 따위>의 배경인 멕시코 타마울리파스주의 작은 마을 산페르난도를 구글 이미지로 찾아보면 한적한 시골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마을이 아니다. 납치와 살인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공포가 생활화된 공간이이다. 딸을 잃은 건 미리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남편이, 아들이, 딸이, 형제나 자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일상인 곳이다.‘사라짐’은 잔혹하고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폭력이라는 점에서 비열한 전쟁의 연장선에 있었다. 시신이 없으면 범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리암 가족의 경우처럼 누군가가 사라지는 사건은 그를 사랑하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영원한 고통을 준다. 과거에 벌어진 끔찍한 살인 사건들도 공포의 연속이었지만, 적어도 유족들이 시신과 유품을 수습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사라진 사람들의 가족들은 고인의 마지막을 애도할 기회마저 빼앗겼다. p.105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실종 사례들은 이 지역을 장악한 ‘세타스 카르텔’의 잔혹한 통치 방식에서 비롯된다. 그들의 목표는 단순히 마약 거래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지역 전체를 두려움으로 지배하는 것이다. 그래서 폭력의 대상은 경쟁 조직 뿐 아니라 일반 주민들까지로 확대된다. 카르텔은 납치를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삼아 반복했고 폭력은 일상으로 스며들었다.산페르난도에서는 누군가 사라지면 그저 또 한 명이 사라진 것으로 여겨질 뿐이다. 무능한 기관은 눈치를 보며 조사하지 않고 국가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 그 속에서 남겨진 가족들이 스스로 범인을 추적하고 사라진 이들의 유골을 수습한다. 미리암의 불굴의 투지가 성과를 얻었을 때도 기쁜 마음이 들지않았다. 실종된 피해자가 10만명이 넘는다고 나오기 때문이다. 예견된 결말로 치닫는 책을 읽으며 그저 범죄와 폭력의 도시 산페르난도의 현실이 깊은 슬픔으로 다가온다. 죽음과 시신 훼손이 일상이 된 곳에서는 당국의 무능함과 냉담함과 무관심도 일상이 된다. 너무 지친 피해자 가족들은 더 이상 당국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고, 그 사실이 폭력으로 엉망이 된 상황을 수습할 책임이 있는 자들을 더욱 둔감하게 만들었다. 죽음의 악순환이었다. p.3184년간 100건이 넘는 인터뷰와 방대한 자료 수집을 바탕으로 <두려움이란 말 따위>를 완성한 아잠 아흐메드의 저력 역시 미리암 로드리게스 못지않다. 다만 진술자에 따라 반복되는 내용이 있고 시간 순서대로 전개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 읽는 데 약간의 적응 시간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이 이야기는 영상화되면 매우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이란말따위 #아잠아흐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