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평점 :
앨러스테어 레이놀즈의 <대전환>은 탐험, 역사, 미스터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SF 소설이다. SF적 요소가 풍부하면서도 퍼즐을 풀 듯 치밀한 전개와 대반전으로 독자를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시공간의 변화다. 베르겐 북쪽을 항해하는 목조 범선에서 순식간에 파타고니아를 가로지르는 외륜 증기선으로, 다시 남극을 탐험하는 체펠린 비행선으로 무대가 바뀐다. 마지막에는 항성간 이동을 하는 우주선으로 독자가 함께 떠난다. 장소의 매끄러운 전환은 SF 소설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이 거대한 여정을 함께하는 탐험자들은 시공간이 바뀔 때마다 세부 정보가 조금씩 달라지지만 언제나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다. 주요 인물로는 글을 쓰고 승무원의 건강을 돌보는 화자 사일러스 코드, 원정선의 선장 반 브후트와 그의 동료 헨리 머거트로이드, 원정을 이끄는 대장 토폴스키, 탐험대 안전 책임자 라모스, 그리고 학자 레이몽 뒤팽, 항해사 브루커가 있다. 선원 모틀락과 에이다 코실도 이들과 함께한다. 이들은 때로 반목하고 때로는 죽음을 맞이하며 각자의 소명을 다한다.
소설은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가운데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동시에 우리가 지나온 기술 발전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짜릿한 재미도 선사한다. 독자는 왜 이러한 반복이 일어나는지 궁금해하다가 책 후반부에 엄청난 반전과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이 와중에 문장 또한 아름다워 다음 내용을 빨리 알고 싶은 마음과 천천히 음미하고 싶은 마음이 교차한다.
번개처럼 보이는 섬광이 조종실을 밝게 비췄다. 항상 번개가 친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마치 그 표현이 시의 한 구절인 것처럼, 잊어버린 시구가 내게 주입된 것처럼. 그 의미는 통 잡히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확신은 여전했다.
항상 번개가 친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폭풍이 아니었다. 먼 곳에서 발생한 것도 아니었다. 우리 위쪽에는 구름 한 점 없었고, 우리가 지표면 아래로 가라앉을 때에도 지평선에 구름은 걸려 있지 않았다. 이 방전의 근원은 훨씬 가까운 곳에 있었고, 첫 번째 이후로 곧바로 두 번째 섬광이 발생하자 그 근원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모두 곤돌라 바로 바깥쪽, 지주 같은 곳에 제한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이 구조물을 빙 둘러 만들어 놓은 좁은 점검용 통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p.193
<대전환>은 미스터리한 서사와 함께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최선의 선택이 희생을 전제로 할 때 이를 어떻게 윤리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에 드러나는 사일러스 코드의 우정과 동료애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거대한 모험 속에서, 결국 가장 빛나는 존재는 사람이었다.
종종 SF 소설은 방대한 세계관과 어려운 과학 배경 지식을 요구할 때가 있어 나와 같은 일반 독자에게 때때로 부담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대전환>은 인물과 이야기 중심으로 풀어내 SF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반가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