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언제나 옳다 - 아빠와 함께, 조금 더 지적인 파리 여행
강재인 지음 / M31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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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파리는 매력적인 도시이긴 하지만 나는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작년에 같이 일하는 동료가 파리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때도 그냥 여행을 간거에 부러워했지 거기가 파리라서 부러운것은 없었다.
다녀오고 얼마 뒤 파리관련 뉴스가 뜨면 항상 노란조끼에 관한 것으로 '와~저렇게 예술의 도시라고 하더니 문화재를 저렇게 부수고 불지르네~ 최악!!이다!!'라는 생각과 동료가 일찍 잘다녀와서 다행이다라고 생가을 하는게 다인 정도였다.
올해라고 해봤자 이제 한달정도가 지났지만 급격한 마음의 변화로 파리를 한번은 가보고 싶다라고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은 티비프로그램중 '국경없는 포차'에서 파리가 나오고 부터다. 왠지 모를 자연스러움이 꾸밈없이 나오는 멋이라는게 나를 두근거리게 했다. 그 프로그램으로 덴마크도 가보고 싶게 된 건 안 비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던 중 몽실 서평 중에 (파리는 언제나 옳다)라는 책이 올라왔다. 한참 파리에 취해가고 있을때라 옳다구나 신청하고 이렇게 읽게 되었다.

책은 딸인 작가(강재인)가 아버지와 함께 파리에 관한 공동집필책을 내기 위한 여행을 하며 역사와 관광지를 엮어 설명을 해놓았다. 딸이 먼저 글을 쓰고 이어서 [아빠의 이야기]라고 아버지가 글을 쓴 부분이 나온다.
난 나도 딸의 입장이므로 딸의 입장의 글에 공감을 더 많이 할꺼라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으나 작가 강재인에게는 죄송하게도 아빠의 이야기 부분이 더 좋았다. 딸이 아빠와 주도권 싸움을 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런 부분에 글들을 읽어보았을 때 솔직히 공감을 할 만한 내용이 아닌지라 작가에게 실망아닌 실망을 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아버지께서 프랑스의 역사와 관광지 설명을 잘 해주시고 딸이 요즘식으로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숙박지를 이용하는 부분이 적절히 잘 나와있었다.
아빠의 이야기 부분을 읽으면서 읽어보고 싶은 작가들이 생겨났는데 그 중 <미라보 다리>라는 시를 알게되었는데... 그 시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미라보 다리>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은 흐르고
우리 사랑도 흐르는데
다시 되새겨야 하는가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온다는 걸
밤이여 오라
시명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도
나는 머무니 ...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가 연인이었던 마리 로랑생과 이별 뒤에 쓴 시인데 왠지 모르게 마음을 적시듯 스며들었다.
뒤에 이어 기욤 아폴리네르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부상을 입고 돌아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마리 로랑생은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가 결혼 생활이 순탄치 못해 이혼을 하고 파리로 돌아와 삽화가와 무대미술가로 크게 성공하지만 혼자 외로이 살다 73세의 나이로 죽는데 마리 로랑생은 기욤 아폴리네르를 잊지 못해서 시를 적은게 있는데 그 시와 그녀의 유언을 보면서 그녀의 젊은 시절의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평생을 외롭게 살았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 졌다.

<진정제 Le Calmant>
울적하다기보다 슬픈
슬프기보다 비참한
비참하다기보다 괴로운
괴롭다기보다 버림받은
버림받았다기보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기보다
추방된
추방되었다기보다 죽어버린
죽었다기보다 잊혀진.


울적함->슬픔->비참->괴로움->버려짐->혼자남은->추방->죽음->잊힘
의 감정의 열거로 마리 로랑생은 잊히는 것이 가장 슬픈 일이라는 걸 표현하였다.

이 책엔 여러명의 예술가 등 파리에서 유명했던 여성들이 나오는데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의 실비아 비치라는 여인도 가난한 젊은 예술가 작가를 발굴해 낸 안목이 높고 멋있는 여장부였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1929년에 계약결혼이라니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지 않은가... 2년마다 갱신하고 죽을때까지 각각의 애인이 있었지만 그 계약결혼은 계속되고 서로 간의 사랑도 계속 되었다니 현재의 시대로 보아도 엄청난 파격적인 일이다.
결국 둘은 살아생전엔 같은 집에서 살았는 적이 없었는데 사르트르가 죽고 6년뒤 보부아르가 죽었을 땐 같은 무덤에 묻혔다.
아이러니하다.
또 왕의 애인이자 여권운동 선구자인 '퐁파두르 부인'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평민의 딸이었지만 왕의 눈에 띄었고 결국 후작부인이라는 작위를 받고 공식적으로 '왕의 애인'이라는 자리를 받아 루이 15세의 육체를 넘어선 정치적 파트너까지 된 그녀의 지적인 면모가 그녀의 자료를 찾아보고프게 만들었다.
(*왕의애인-우리나라로 말하자면 후궁정도의 정식명칭의자리)
마지막으로 샤이요국립극장에서 한국인 최초로 공연을 한 '무용가 최승희'가 눈길을 끌었다.

1938년 6월 23일 샤이요국립극장에서 무용가 최승희는 공연을 하였는데 그 자리엔 프랑스 당대의 문화예술인들이 많았는데 그 중엔 화가 피카소도 있었다고 한다. 공연하는 최승희를 연필로 스케치하여 공연이 끝난 뒤 피카소가 최승희에게 스케치한 것을 주며
"진정한 예술가는 시대의 꿈과 이상을 창조적으로 표현해야 하는데, 당신이 바로 그런 예술가요."

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같은 한국인 여인으로서 당대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인정을 받고있는 피카소에게 극찬을 받은 무용가최승희가 멋있고 왠지모를 뿌듯함이 생기는 거 같다.

우리나라는 그 당시엔 일제강점기시대로 우리의 것을 마음대로 표출하는데 제약이 있고 그리고 남성도 아닌 여성이 대외적으로 활동하기엔 제약이 많았을 시기라 이 먼 타지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을 하고 프랑스에 한국의 것을 유행시키고 그리고 당대의 유명화가이자 현재까지도 유명한 피카소에게 극찬을 받다니 멋있고 뿌듯하지 아니한가!!!

이 책엔 역사뿐만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는 파리의 녹색길이라는 것도 나오는데 이 파리의 녹색길은 뉴욕에 하이라인에도 영향을 줬고 우리나라 서울의 서울역앞 '서울로 7017'에도 영향을 줬다고 하니 프랑스 문명이 그렇게 멀리 느껴지지 않는거 같았다.

아.참~!!!
이 책에서 충격아닌 충격을 받은 부분이 있었는데 책 초반에 한국의 중산층 기준은 부채없는 30평 이상의 아파트와 월소득 500만원 이상 등 철저하게 소득과 재산이 척도인 반면 몇몇 선진국은 인생의 가치가 기준점이라고 하면서, 퐁피두대통령이 1970년대에 삶의 질 qualité de vie을 향상시키기위해 정했던 프랑스 중산층의 기준이 작가와 나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외국어를 하나 정도 할 수있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와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으며, 남과 다른 맛을 내어 대접할 수 있는 요리가 있을 것, 그리고 공분에 의연히 참여하고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
이 기준이 40여년전에 삶의 여유와 올바른 가치관의 기준이라니 충격적이었다.
나의 삶은 과연 이 기준으로 볼 때 몇점일까?!!
나도 나의 삶의 기준을 좀 더 돌아보아야 겠다.

이 책은 파리여행을 하기엔 기본적인 역사와 여행지에 관한 설명이 있어서 기본여행 준비단계에 읽어보기엔 좋은 책인것 같다. 특히 여행지 주요관광지와 역사에 알고 싶은 분에게는 읽으면 도움이 될 꺼 같다.

그럼 이제...
"Au revoir Paris(안녕,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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