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힘
조셉 캠벨 & 빌 모이어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이끌리오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실용 정부가 출범했다. 인터넷 상의 댓글들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에서 ‘경제만 살리면 되지’로 바뀌었을 뿐. ‘더 잘살아야 한다’는 뿌리 깊은 강박과 냉소는 더 깊어진 지금 “왜 신화 같은 게 필요하냐”고, 그리스의 신들 따위가 지금 2008년을 살아가는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조셉 캠벨과 빌 모이어스의 대담집 <신화의 힘>을 권하고 싶다. 20세기 세계 최고의 신화 해설자로 꼽히는 캠벨의 입을 통해 신화에 관한 궁금증은 물론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봤을 질문들의 답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다.  

물론 대담집이다 보니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이 명쾌하게 나오기보다 이쪽저쪽으로 주제가 흘러다니고 있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까’란 근원적이고 막연한 질문 앞에서 캠벨의 신화 이야기만큼 갈증을 풀어주는 책은 드물다. 개인이 혼자 막연하게 궁금해하던 것, 그러면서도 진실일 것이라 믿고 있던 것들이 왜 신화에 들어있는지, 전형적인 어떤 것을 알려주는 메시지로서의 신화의 역할도 분명하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인간 내면의 “집단 무의식”이 바로 신화이기 때문에 인간은 공통된 의식구조를 가지게 된다고 캠벨은 설명한다. 문화적으로 아무 연관이 없는데도 같은 이야기가 그대로 발견되는, 수렵과 농경 유목 사회의 반목과 상호작용은 캠벨의 풍부한 예시로 빛을 발한다. 평생 하고 싶은 일은 하나도 못 해보고 사는 따분한 인생 대신 자신의 육신과 영혼이 가자는 대로 가는, 천복을 쫓는 삶이 신화와 함께 펼쳐진다.

더 이상 신화를 믿지 않는 현대인들이라도 개개인 자신의 인생을 살아내는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모두 자기 개인 신화 속의 영웅이다. ‘큰 나무가 빽빽한 숲으로 들어가면 신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던 키케로의 말처럼 ‘창조의 실재에 대한 느낌’은 인간의 기본적인 정서다.  

캠벨은 담배 하나를 피워도 태양에게 첫 모금을 마시라고 보내던 수우족 인디언의 시대는 지났지만, 경제화ㆍ실용화에 집중하는 이 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인이야말로 ‘천복(天福)’의 정거장을 찾아야한다고 조언한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시시한 음악을 올려놓아도 좋고, 좋아하는 책을 읽어도 좋은 자신만의 ‘성소(聖所)’를 만들어 우리에게 ‘요구된 일’ 대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사회가 꾸는 집단적인 꿈이 신화로 발현된다는 캠벨의 지적이 맞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신화를 꿈꾸고 있는 걸까. 월급쟁이의 신화라 불리는 이명박 당선인과 캠벨의 신화 사이에는 어떤 간극이 있을까 곱씹어보게 만든다.

‘단지 필요한 것은 실뿐인데도 우리를 구해 줄 재물, 권력, 사상을 찾아 엉뚱한 곳을 헤메’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간으로서 우리가 속한 시대의 역사를 사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라도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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