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솔레리와 미래도시 - 생태와 건축의 만남, 아르코산티
파울로 솔레리 지음, 이윤하.우영선 옮김 / 르네상스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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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면서 도시에 대해 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던 거 같다. 도시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어쨌든 혜택이었다. 도시에서 기반을 잡으면 중년에 접어들면서 시골에 한적한 전원주택을 구입해 그곳에서 생을 마감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한 번쯤 해보는 생각이로 더러 그걸 과감히 실행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도시의 문제는 개인이 생활을 영위하다 나이들어 훌쩍 떠나고 말면 그만인 지역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이 경제적 기반이 넉넉해져 전원주택에서 한가한 시골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도시는 점점 망가져가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전원도시 혹은 전원주택에 대한 환상이 가진 문제를 정확히 지적한다. 시골로 옮겨가는 개인은 도시의 문제를 지역적으로 확대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특히 생태다 자연이다 해서 현재처럼 통나무주택 같은 게 붐이 일고 있는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결국 도시에 대한 문제는 도시인 스스로 도시에서 안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아르코산티라는 곳에 정말 가보고 싶어졌다. 실제 그런 도시가 있는지 눈으로 보고 싶다. 책에 실린 그림이나 사진은 환상적으로 읽힌다. 우주도시 같기도 하고 건축전공한 학생이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그려낸 졸업작품 같기도 하다.

파울로 쏠레리란 이름은 낯설지만 그의 건축적 생각뿐 아니라 인류와 문화에 대한 사고도 풍부하게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난이도도 전공자와 관련없이 쉽게 읽히는 편이다. 또한 대담집으로 짜여져 있어 어렵지 않게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특히 뒷부분에 실린 아르코산티라는 도시의 현실은 그 현실을 눈으로 보고 싶게 만든다. 도시에 남아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도시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어디 공기좋은 곳의 도피처만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숨쉬기 어렵기까지 한 이 도시에서 어쩄든 우리의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고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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