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가격이면 깨끗한 거 포기해야 넓은 집 갈 수 있는데, 막말로 요즘 대학생들 공부한다고 바빠서 집에 잘 있지도 않은데, 넓은 건 그렇게 대수가 아니에요."
아마 중개사의 입에서 무심코 나온 진심이 대부분 대학가 원룸 임대사업자의 생각일 것이다. 어차피 표준임대계약 2년도 다 못 채우고 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한 대학생들이다. 집을 보는 눈썰미가 뛰어나지 못하다보니, 싸구려 새 가구를 집어넣으면 신축인 줄 알고 비싼 월세도 감당하는 뜨내기 손님일 뿐이다. 만족스럽지 못한 집에 살면서 세입자로서 임대인에게 개선을 요구하기보다는 카페, PC방, 도서관, 술집 등 바깥으로 나돌며 자발적의로 집의 외부화를 실천하는 온순한 세입자들. (p. 161)
고통받는 청년의 귀에 맴도는 ‘젊을 때 고생은 사서 한다’는 경구, 그리하여 버티고 정신승리하는 것은 청년 개인의 몫이다. 이 모든 연쇄 작용이 병든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세상이 얼마나 가혹하게 청년들을 각자도생과 자력구제로 내모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착취해 피라미드 한 층을 올라가는 누군가에 대해 얼마나 윤리적으로 무딘지를. (p. 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