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깔난 문장들 속에서 외로움과 따뜻한 마음과 솔직한 찌질함들이 느껴졌던 에세이. 뭐랄까, 나이가 비슷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아니면 내용이 공감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는 사이처럼 저자가 친숙하게 다가왔다.밤마다 외로워서 써내려갔다는 그의 글에는 내 얘기같은 내용들이 많았다첫장부터 그는 혼자 있을 때 가만히 있기가 힘들다며 스마트폰을 보며 몰라도 좋을정보들,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의 소식들로 머릿속을 끊임없이 채운다고 얘기했다.생각해보면 매일 진짜 폰을 손 닿을 거리에 두지않으면 불안한 내 마음과 얼마나 비슷한지. 손과 눈은 언제나 움직이며 어딘가에 가닿아 있지만, 이따금씩 느껴지는 마음 한 켠의 쓸쓸함이나 공허, 외로움같은 것들은 지우거나 가릴 수가 없는 것 같다.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1화에서 기안84가 넓은 숙소 바닥에 혼자 앉아 격한 숫자와 함께 외롭다고 말했던 순간, 빵 터짐과 동시에 뭔지 알 것 같은 그 기분이란.그리고 이 에세이에는 외로움과 감성이 포텐터지는 밤에 써 내려간 덕에 촉촉함과 섬세함이 느껴졌다.때로는 시크하거나 쿨하게. 때로는 재미난 에피소드로 적절한 유머 한 스푼까지.심야식당의 한 켠에서 술 한잔과 함께 관찰자가 되어 수많은 외로움들을 지켜보고 있을 그의 밤이 조금 궁금해졌고, 한 편으로는 나만 그런 건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은 다행인 것 같은 느낌.삶에 임하는 여러 지혜로운 노하우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별 수 있나 정신' 은 참으로 중요한 능력이라 생각한다.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의 잡다한 요소들을 별수 있나 내버려두고 할 일이나 제대로 하는 것. 삶의 보푸라기들을 여기저기 붙이고도 그저 무심하게 지금에 집중하는 것._p.601월 1일이 되면 서로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전부 동시에 한 살씩 먹는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이상하게 정겹다. 그와 비슷하게 다들 외롭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그러면 마음이 좀 괜찮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의 마음도 괜찮았으면 좋겠다. _작가의 말*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