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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개정판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4월
평점 :
사노 요코의 일상에 대한 이 에세이 역시 소박함과 소소한 재미가 담겨있다.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결혼을 하고 자녀와 나눈 이야기들과 에피소드까지.
뭔가 웃픈 에피소드들도 꽤 많아서 그런가 오히려 공감이 더 갔던 것 같다.
어린 시절 화가 난 아버지가 밥상을 내리쳐서 메밀국수가 천장에 들러붙어 심각했던 분위기가 갑자기 웃음이 터졌던 에피소드, 빨간 토슈즈와 발레복을 입는 친구와 비교되던 자신에게 촌스러운 감자같은 남자가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의 마음. 타국에서 유학하며 거기서 만난 친구와 술 먹고 땅에 누워있던 이야기.
되게 평범한 이야기, 동네 친구가 해줄 법한 이야기라 슥슥 읽고 지나갔는데.
묘하게도 그 이야기가 생각이 나는 게 사노 요코만의 은근한 유머가 담긴 필체여서 그랬을까?
쿨하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살아온 그녀의 잔잔한 이야기들이 참 좋았다.
🔖나는 나인 채로 할머니가 되는 거다. 어려서는 부모의 안색을 살피고(깨나 말을 안 듣는 아이였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상대의 기분에 맞추고(별로 맞추지 않았지만), 애 낳고는 머리 가꿀 새도 없이 어머니 노릇을 하고(그런다고 아이가 수재가 되는 건 아니었지만), 여하튼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맞추려고 노력해 왔다. 몇십년이나. 이제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아이가 성인이 되면, 평생에 딱 한 번만 나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겠다.... 화려한 스포츠카를 타고, 추우면 안 되니까 솜 넣은 저고리에 아래는 몸뻬를 입고, 롯본기의 영화관 시네비방트로 영화를 보러 가겠다. p. 313
🔖" 미움받으며 오래 살고 싶지는 않지만, 사랑받으며 일찍 죽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말 알아?" p.298
중년의 나이에 쓴 글이라고 하는데, 노년기의 사노 요코는 본인이 원하는 할머니가 되었을까? 궁금해졌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찌질함이 간혹 묻어나는 내 일상같기도 하고, 시원시원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기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