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쓰러졌다 - 세 남매의 치매 아빠 간병 분투기
고바야시 유미코 글.그림, 하지혜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부모님이 쓰러졌다] 피하고 싶은 만약을 생각하는 것

- 부모님이 쓰러졌다, 고바야시 유미코, 아르테팝

 

나와는 무관하길 바라는 일련의 일들이 있다. 시험에서 답안지를 밀려 쓰는 일이나 집단 내 알력 다툼의 희생양이 되는 일, 이혼, 가정폭력, 학대, 교통사고 등 단어만 들어도 치가 떨리는 상황도 있다. 이런 것을 경중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겠지만 그럼에도 선을 그어보면 아픔의 최정점의 위치했을 법한 일이 오늘 읽은 책의 제목이다.

 

과학기술 및 의료기술의 발달은 개인의 행복, 의사와 무관하게 삶을 연장시키고 있다. 병을 달고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이제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나의 두 발로 병원에 다닐 수 있는 여력이 된다면 그나마도 감사한 일이다. 사쿠라이 가정에 어느 날 닥친 사건은 가족들 개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버지가 이윽고 치매 증상을 보이고, 아버지를 간병하던 어머니의 건강도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삼남매는 본인들에게 주어진 사회적 지위와 가정 내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에 고군분투한다. 직접적인 제목과 소재만 보더라도 감정적인 소모가 클 것이다. 하지만 만화라는 소재를 사용하고 객관적인 사실 전달에 초점을 두면서 이야기를 전개해서 서글프지만 괴롭진 않았다. 가슴 철렁하는 사건을 침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해야 할 것과 감정적으로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까지 여러모로 생각할 수 있었다. 일본 만화이기 때문에 국내 사정과는 조금 다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라도 일본 못지않게 고령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종류의 책과 자료들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음 싶었다.

 

자식을 낳고 부모가 되는 것에 예행연습이 없듯 사랑하는 가족이 쓰러지고 아픈 것에 대해서도 누구나 다 초보다. 평소에 아무리 나에게 막돼먹게 행동해도 그럼에도 가족이기에 아프면 차라리 내가 대신 아팠음 싶다. 힘들다고 칭얼대는 모습에 쏘아 붙이며 뾰족한 말을 내뱉다가도 현실의 벽에 가로 막혀 그 현장에 달려가지 못하는 스스로가 한스럽기만 하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입에 담기도 싫은 그런 일에서 초연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감정적으로 휘둘리기보다는 객관적으로, 현명한 생각을 하고 싶다. 그럼에도 이런 일은 절대 내게, 나의 주변에서는 마주할 수 없는 단순히 상상으로, 아니 책 속의 이야기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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