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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평점 :
[고요한 밤의 눈]나와 내가 사는 사회란 무엇일까
- 고요한 밤의 눈, 박주영, 다산책방
내가 책을 읽는 건, 그 중에서도 소설을 읽는 건 내 안의 해묵은 감정들을 풀기위해서다. 웃고 싶고 때로는 눈물 펑펑 흘리며 울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겪지 못했을 법한 이야기, 나의 현실에서 한발자국 떨어진 작품을 찾아 나선다. 이번에 읽은 책은 소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원하는 그런 소설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사는 현실, 나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이라서 불편했다. 읽는 내내 연관 시키고 싶지 않아도 내가 처한 현실과 우리 사회를 떠올렸다. 힘들게 읽었다. 너무 그럴싸해서 오히려 사실이 아니었음 하는 작품이었고 아니길 바랐다.
사회 현상 이면에 숨어 있는 스파이들의 이야기라고 하면 너무 축약해버리는 걸까. 아무튼 이야기는 스파이들이 사실, 그 너머의 진실에 대해서 끊임없이 추적하고 반추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처한, 처음엔 박탈감을 느꼈지만 이제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그 구조적 모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부조리함에 침묵하는 사람들, 지금 당장 먹고 살기 바빠서 어쩔 수 없이 감내하는 우리의 현실이 책 속에 녹아있다. 브레이크 없는 열차처럼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사회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브레이크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차장은 물론 1등석 좌석까지 멋지게 구비돼있었다. 생각하면 머리만 복잡해지고 가슴만 답답해지는 이야기를 등장인물의 생각과 말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전개한다.
감시하고, 감시당하는 사회. 사실 CCTV는 범죄의 사전 예방보다는 사후 조치에 불과한 것이다. 칼에 사람이 찔리고 나서야 그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 CCTV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없으면 불안하다. 나 역시도 밤길을 걸을 때 CCTV가 있으면 그래도 안심이 된다. 누군가 보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면서 그것이 가지고 있는 역효과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감정이 가라앉을 때 무심코 했던 생각들이 책 속에 박혀 있었다. 책을 볼 땐 티끌하나 묻지 않게 조심히 읽는 편인데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었다. 그만큼 공감할 수 있는 구절도 많고 생각도 많다. 하지만 중후반으로 넘어갈수록 ‘사실일 수도 있고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내가 나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런 식의 문장구조가 반복되어 조금은 읽는데 집중력이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소설은 구조적 모순을 타개할 대안으로 개인의 투쟁과 노력에 호소하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것이 정답이고 맞지만 ‘결국 그런 거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개인에게 노력을 요구하고 외치는 것에 염증을 느끼고 때로는 혐오까지 하는 시대가 왔다. 사회 구조적 모순을 개선하기 보단 그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에 대한 각성과 반발심리가 그 기저에 있다. 노력을 강요하는 사회.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가 노력하면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으리란 믿음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야말로 사회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진 사람인지 아니면 정말 내 자신이 스스로 부여한 생각인지 답을 내릴 수 없게 되었다. 내 생각이란 무엇이고, 내가 사는 사회는 무엇일까. 이 사회의 지향점과 앞으로의 방향은 어떻게 될까. 끊임없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우리 사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기에 오히려 두 세 발자국 떨어져서 본 느낌이다. 외면한 감정, 어려운 고민을 마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