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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기는 글렀어
사라 앤더슨 지음, 심연희 옮김 / 그래픽노블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어른이 되기는 글렀어]이런 앙증맞은 책같으니라고
- 어른이 되기는 글렀어, 사라 앤더슨, 다산4.0
책을 선택할 때 아무리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 해도 안 될 때가 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책 표지가 정말 예쁘거나 책 제목에 마음을 빼앗길 때가 대표적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제목에 마음이 혹해서, 그 다음으로는 가운데 있는 일러스트가 귀여워서 읽게 되었다.
요즘 나오는 만화치고 판형도 제본방식도 특이하다. 큼직막한 크기에 양장이다. 띠지도 책의 2/3가량을 차지한다. 신선한 느낌을 안고 책을 마주한다. 랩핑을 뜯고 처음 책을 펼치면 스티커에 예상하지 못한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한층 좋아졌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더 자세히 말하면 내향적인 여성이라면 누구나 절절히 공감할 만한 일상만화 이야기다. 읽는 내내 ‘풋’하고 웃음이 새어나온다. 한 달에 한 번 겪는 극심한 고통, 피곤하지만 내색 못하는 인간관계, 귀차니즘 등 귀여운 일러스트로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일상 속에서 스치듯 지나친 생각들을 붙잡는 저자의 세심한 주의에 감탄사가 나온다. 일러스트는 귀염성이 돋보이고 말풍선은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텍스트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하지만 당황스러울 정도로 중간에 갑자기 끝난다. 다행히 저자소개 부분에 ‘어른이 되기는 글렀어’는 ‘사라의 낙서 북’ 시리즈 중 1권이라고 한다. 몇 권까지 나올지는 모르지만 빨리 기대하면서 다음 권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려본다.
한국어 번역본을 다 읽으면 뒤에 영어 원문이 나온다. 이미 우리말 번역본을 읽었기에 더 쉽게 원서를 읽을 수 있게 도와준다. 스티커부터 영어 원서까지 출판사 책 한 권을 위해 얼마나 세심하게 노력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평소 뜬금없이 어른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언제, 어떻게 해야 어른이라고 인정을 받고 스스로도 어른이라고 여길 수 있을까. 단순히 나이가 어른의 지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많은 선례를 통해 증명되었다. 그렇다면 나를 위해, 그리고 사회 속에서 관계 맺는 수많은 사람들 중 진짜 어른을 알아보기 위해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하는 걸까. 답을 찾지 못한 고민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책 제목에 마음이 끌렸다. 그래서 어떻게든 읽고 싶었다.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지만 유쾌하게 웃으며 기분전환을 했다.
어른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쩌면 책 제목처럼 이미 어른이 되기는 글렀을지도 모른다. 내 삶의 방식대로의 어른이라는 답을 찾기 위해, 잠깐이나마 일상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라 앤더슨의 만화는 위로와 웃음을 함께 주었다. 2권이 나오기 전까지 1권의 스티커와 원서로 시간을 보내야겠다. 빨리 나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