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인간학 - 약함, 비열함, 선량함과 싸우는 까칠한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이지수 옮김, 이진우 감수 / 다산북스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니체의 인간학]불편한 공감, 네 맞아요, 그런데 그래서요?

- 니체의 인간학, 나카지마 요시미치, 다산3.0

 

세가지 부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첫 번째는 알맹이 없는 자기계발서, 두 번째는 책을 소개하는 책, 그리고 마지막은 해설서 같은 책이다. 첫 번째 류는 무슨 말을 할지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류의 책은 화자만 다르지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다음으로 책을 소개하는 책은 그 책을 읽을 바에야 그냥 소개 받는 책을 읽자는 주의이기 때문이다. 해설서 같은 책도 그 원저를 읽고 나의 생각과 감정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별로 찾아 읽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가끔 원저가 너무 어려울 때에는 해설서를 찾아보기도 한다.

 

이번에 읽은 책은 ‘니체의 인간학’이다. 다른 유명한 철학자와 마찬가지로 이름은 너무나 익숙하지만 무슨 말과 주장을 하는지 모른다.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니체의 인간학에는 많은 기대가 있었다. 서두에 언급한 해설서 같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어디 가서 니체이야기를 들어도 이제는 예전보다는 덜 난감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을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 생각과는 다른 책이었다. 그리고 너무 힘들게 읽었다.

 

‘착한사람=약자’라는 것을 시작으로 저자의 신랄한 비판이 이어진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무사안일주의, 자기보다 잘난 사람 앞에 가서 벌렁 드러눕는 개, 불편한 상황을 유발시키고 싶지 않아 침묵하는 일 등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봤을 그 일에 일격을 가한다. 밖에서는 한마디도 못하고 피해의식에 휩싸여서 키보드 앞에서 분노를 토해내는 부류의 인간에게 일갈한다.

 

글을 전개하는 부분이나 어조 면에서는 상당히 직설적이고 강한 느낌이 든다. 책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은 다음과 같다. 밥상머리에서 감정이 상했을 때 젓가락을 상 위에 탁 소리 내어 내려놓고 가만히 있다면 약자에 불과하다. 약자라는 위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태여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를 생각하기 보단 그저 밥상을 내던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사실 니체철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내게 이 책은 읽는 내내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물론 ‘착한사람=약자’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나 자신이 느끼는 한계일 수 도 있다. 약자는 본인이 무식한 것을 부끄러워하기 보다는 본인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말하지 않는 상대에게 손가락질 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 내용에서 이 글을 보면 일개 투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솔직한 심정이 이러한 것을.

 

저자가 편집자와의 일화 등에서 비춘 일화에도 상당히 이해할 수 없었다. 담당 편집자나 지인에게 본인의 생각을 담은 책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나는 형식적인 것, 허례허식을 챙기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장례를 치른 사람에게 부의와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당연하다. 설사 저자가 그런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상대 입장에서 저자의 책만 보고 지레짐작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모습에 저자는 분노를 토해낸다.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으면 상당히 피곤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행동을 해도 이름 없는 개인이 한 거라면 ‘착한사람=약자’ 프레임에 집어넣어 손가락질의 대상의 된다. 그 행위를 니체가 했다면 그에는 ‘성실하고 순순한 청년’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확언할 수 없지만 마지막 부분을 읽었을 때는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 최고조에 달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다행스럽게도 저자의 의도는 에필로그에서 해소되었다. 하지만 책 제목만 보고 니체를 만날 생각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면 숨을 크게 들이 쉬라고 말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제목을 바꿨으면 좋겠다. “나카지마 요시미치의 인간학, 니체를 중심으로” 저자는 본인이 생각하는 것을 말하면서 니체의 저서를 인용했다고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에필로그에서 언급된바 단순히 니체가 옳다고 주장하는 니체 해설서에 비하면 이 책이 훨씬 가치 있다.

 

니체와 관련된 처음 읽어본 책이다. 우여곡절과 감정의 파도가 휘몰아치던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단순히 니체가 최고라는 책이 아니기 때문에 힘든 여정에 보람이 남았던 시간이다. 니체에 대해서 더 궁금하다. 그리고 사회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정말 그 사람이 착한 사람인지 착한 사람 흉내를 내는 것인지 조금은 알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