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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평점 :
[어쩌다 이런 가족]가족, 그 끊을 수 없는 인연
- 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다산책방
매일 아침 현관을 나서며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외친다. 말을 할 수 있을 때부터 시작된 이 습관은 현재진행형이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설령 한바탕 했더라도 인사는 반드시 해야 한다. 가끔 가장 나중에 외출을 해서 집에 아무도 없어도 인사를 하고 나간다. 신발을 신고 한걸음을 내딛는 순간, 세상에 내가 나왔다는 것을 외치기라도 하듯 외출인사는 필수이다.
이번에 읽은 ‘어쩌다 이런 가족’도 가정에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 조식만큼은 네 식구가 한자리에 모여서 함께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어느 날, 장녀 혜윤의 폭탄선언으로 시작된다. 불미스러운 동영상에 대한 협박을 중심으로 온 가족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든다. 유복하고, 기품 있으며, 교양 있는 서씨 집안. 남부럽지 않아 보이는 그 이면에는 가족 서로에 대한 불신과 오해로 점철돼 있다. 그동안 억지로 눌러왔던 감정들이 동영상 사건을 계기로 수면위로 떠오른다.
자극적인 소재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책을 읽으면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어디선가 봤을 법한 등장인물 구성은 친근감이 들기도 한다. 드라마를 보는 듯 한 기분으로 머릿속에는 한 장면 한 장면이 영상으로 떠오른다.
책을 다 읽고 덮으니 눈앞에 표지가 들어온다. 서씨 집안사람들을 표현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혜윤, 혜란 자매의 일러스트가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것과는 너무나 다르다. 일러스트와 내용이 연계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표지 그림을 상상하며 책을 읽진 않았지만 다시 봐도 등장인물의 이미지와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공기처럼 당연시 여기는 중 하나가 가족이다.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거라는 무의식적인 확신은 노골적인 감정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집 밖에서는 순한 양이 집 안에서 호랑이가 된다.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그대로 발설하고 난 뒤에는 참을 수 없는 후회감이 밀려올 때가 있다. 똑같은 행동을 남이 했다면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거면서, 라는 식의 생각으로 괴로워하기도 했다. 반면 책에 나온 인물들은 가족임에도 극도로 감정표현과 속내를 털어 놓지 않았다. 다른 구성원들은 돌아보지 못한 채 그저 본인의 희생만을 감내하며 살아왔다. 극단적인 사건을 계기로 예전보다는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겨우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가족이란 틀 안에서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던 것은 아닐까. 매일을 함께 살면서 나도 모르게 상대를 규정해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물 밀 듯이 밀려왔다. 근거 없는 안정감 속에서 이기적으로 행동했던 것들이 마구 생각났다. 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결국 남는 것은 가족이라고 여겨왔다. 이러한 생각에 이제는 좀 더 행동력을 부여해야하진 않을까 싶다. 단순히 감정을 드러내고, 감추는 것과는 별개로 제대로 된 소통을 위한 한 걸음, 그리고 그 걸음을 내딛기 위한 또 하나의 결심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