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표류]이직, 그 새로운 도전 앞에선 이들에게

직업표류
이나이즈미 렌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직업표류]이직, 그 새로운 도전 앞에선 이들에게

- 직업표류, 이나이즈미 렌, 샘터

단군 이래의 최고의 불황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 청년 실업률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기업들은 확장보다는 방어적인 자세를 취한다.무너질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무엇 하나 확실한 것 없는 사회 속에서 단 하나, 우리의 경제는 좋지 않다는 확실한 믿음을 안고 산다. 옆 나라 일본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취업 빙하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번에 접한 책은 구직, 취업, 직업과 관련된 일본 사회의 일면을 다뤘다. 이직을 경험한 8명을 취재한 이야기다. 현재 직장을 구하기 전까지,직장을 다니면서 느낀 한계나 어려움, 그리고 이직 후의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었다. 내용도, 글의 전개방식도 생소했다. 하지만 읽다보면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 든다.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각각 독립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서 순서에 상관없이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과거에는 일본에서 유행하던 상품, 파장을 일으킨 사회 현상들이 10년이 지나면 한국으로 넘어온다고 했었다. 지금은 그 격차도 많이 좁아 졌고, 우리나라가 문화적으로 선도하는 분야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사회 현상을 보고 지금 처한 우리의 현실과 비교하며 반면교사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처음에 접한 인상은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 수 있을까였다. 일본에 사는 일본 회사원의 이야기인데 대한민국에 사는 내가 겪은 상황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도 평소에 했던 생각과 경험이 이 책에 고스란히 있어 놀랐다. 나 역시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고, 상처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녔던 직장은 신규 채용이 정기적이지 않아 바로 위에는 나와 5년 이상 차이나는 상사가 있었다. 동기는 한 명이었으나 배정된 부서가 달라서 소통이 거의 없었다. ‘큰 사고치지 않으면 평생 이렇게 일을 하는데 그것이 정말 내가 바라는 일일까’라는 생각은 업무 시간 종종 떠오르는 물음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8명의 사람들이 겪은 과정과 비슷하리만치 닮아 있었다.

나는 이 책에서 언급한 ‘다이니신소츠(第2新卒)’다. 과거에는 어디 다니는지 말하면 부러워할 만한 업종에서 근무를 했다.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고, 도산할 염려도 없는 분야였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목표로 했던 분야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책의 내용이 더 와닿았다.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와 그 과정에서 겪었을 마음고생과 수많은 생각들,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 모를 그 과거의 나날들이 한 권에 책에 담겨있었다.

직장을 선택할 때 본인이 원하는 것에 대한 확고한 목표의식, 그리고 추진력 등은 중요하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이 자기 위안인지 정말 바라는 것인지 구별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이직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어서 직장 1~2년차, 이직을 생각하는 사람이 읽어도 좋지만 현재 구직자가 읽으면 좋을 것이다. 단순한 이직 이야기가 아니라 직장 생활과 직장인의 가치관을 두루 만날 수 있다. 불황 속에서 몇 번 불합격 통보를 받으면 채용 자체에 매몰되기 쉽다.깊이 생각하여 선택하기 보다는 일단 받아주는 곳을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그렇게 선택하면 머지않아 과거의 자신을 후회와 원망 섞인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순간의 선택으로 원점으로 되돌아가 다시 출발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그에 따른 시간과 감정적 소모를 예방하기 위해서, 기업의 입장에서도 기껏 투자한 인력이 빠져나가는 손실을 겪지 않기 위해서도 이 책은 구직자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평생직장, 종신고용이라는 단어는 무색해졌을 정도로 사회는 변했다. 연공서열제도도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불황 속에서도 채용은 진행되고 누군가는 합격하고 다른 누군가는 불합격의 아픔에 쓰라려한다. 심기일전의 마음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수정하는 오늘날 우리들에게 이 책은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직장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닌 ‘자아실현’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그리고 회사와 내가 동등한 입장으로 마주보기 위해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가라고 손짓한다. 오늘도 회사원이 되고 싶은, 그리고 직장을 ‘때려 치고’ 싶은 이들이 함께 읽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