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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고양이들
짐 튜스 지음, 엘렌 심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8월
평점 :
뉴욕의 고양이들]지나가는 고양이를 보고, 뒤돌아보며
- 뉴욕의 고양이들, 짐 튜스, arte
주택가에 살면 아파트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빌딩 숲에서 벗어나 넓은 하늘을 만날 수 있다. 하늘을 가르는 전깃줄에 가끔은 답답하다. 하지만 전깃줄 사이에 집을 치는 거미를 보며 경외심을 느낀 적이 있다. 여름부터 가을에는 수많은 벌레들이 우리 집에서 동창회를 연다. 소리를 지르거나 화도 나지만 여기까지 발걸음을 옮긴 그 과정을 생각하며 돌려보낼 때도 있다. 편하진 않다. 그래도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주택의 큰 매력이다.
하늘, 벌레 그리고 고양이. 주택가에서 가장 쉽게 그리고 많이 마주치는 것들이다. 더위가 한 풀 꺾이고 나서 고양이 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밤에 창가 근처에서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책을 읽는다. 밤늦은 귀가 길에 무심히 나와 골목을 어슬렁대는 터줏대감 녀석까지 수많은 고양이가 우리 집 주변에 산다.
고양이를 키울 수 없는 내게 주변에서 쉽게 고양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사람을 봐도 도망치지 않고 쳐다본다. 고양이 집사가 되고 싶지만 환경 등으로 여의치 못한 이들에게, 고양이가 좋지만 할퀴거나 경계를 하지 않을까 싶어 멀리서 연모하는 마음으로 쳐다보는 게 전부인 사람에게 안성맞춤인 책이 나왔다. arte에서 나온 ‘뉴욕의 고양이들’이다. 뉴욕에 사는 고양이들을 인터뷰하는 책이다. 고양이 사진집은 시중에도 널렸다. 일본 고양이가 서점을 점령하는 사이를 비집고, 뉴욕고양이가 나타났다. 그리고 사진과 함께 고양이들의 짤막한 인터뷰를 담았다.
처음에 고양이 인터뷰집이라는 문구를 보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읽기 시작했을 땐 생소하고 낯설었다. 저자가 고양이에 감정이입해서 쓴 것 아니야?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인터뷰 덕분에 사진에 더 많은 시선이 갔다. 고양이의 눈, 코, 입과 수염, 체형 등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다. 다른 종류, 다른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들을 한 권으로 마주할 수 있다. 사진과 함께 실린 글이 절묘해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사진이 중심이 되고 그 옆에 짤막한 글이 어울린 구성이다. 따라서 마음만 먹으면 다른 책에 비해 비교적 빨리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을 하나씩 곱씹어보며 보는 것을 추천한다. 눈동자부터 꼬리 끝까지 의도적으로 눈에 담을수록 고양이는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매력적인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이미 고양이와 삶을 영위하고 있는 집사라면 고양이의 또 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함께 하고 있는 고양이와 비교하고 공감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장래에 집사가 꿈인 예비 집사들에게는 이 책은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더욱 강화시켜줄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작년 겨울, 뚱뚱한 고양이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겨울에는 물을 쉽게 마실 수 없어 염분 배출을 제대로 하지 못해 고양이 몸이 부은 것을 다룬 내용이었다. 사람이 먹는 음식을 먹는 길고양이들의 애환을 담은 글이었다. 겨울은 고양이에게 시련이라는 것이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가을이 지나면 곧 겨울이다. 직접 키울 수는 없지만 고양이를 생각하는 마음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을까?
‘뉴욕의 고양이들’은 고양이를 단순히 바라보는 것부터 눈동자를 마주하며 그들의 삶까지 반추할 수 있게 도와준 책이었다. 생각하라고 외치는 책이 아닌, 생각하게끔 이끌어 준 책이었다. 가까운 미래에 ‘서울의 고양이들’이라는 책도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