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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지켜라 - 풋내기 경찰관 다카기 군의 좌충우돌 성장기
노나미 아사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평점 :
[마을을 지켜라]경찰아저씨, 첫 마음 그리고 성장을 향한 첫 걸음
- 마을을 지켜라, 노나미 아사, 샘터
밤길을 걷다보면 경찰차가 조용히 스쳐지나갈 때가 있다. 주택가 골목을 순회하며 치안을 관리한다. 인적 없는 거리를 걷다 마주하는 경찰차는 안정감을 준다. 다른 날, 호프집 앞에서 시비가 붙은 것 같다. 경찰 아저씨 몇 명이 그들에게 말을 건다. 무심코 지나친다. 경찰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때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멋진 제복을 입은 공무원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경찰과 관련된 이야기다. 오른쪽의 ‘마을을 지켜라’라는 제목 옆에 ‘풋내기 경찰관 다카기 군의 좌충우돌 성장기’라는 부제가 눈을 사로잡는다. 이 책은 다카기 세이다이가 경찰이 되기 위한 3개월의 연수 과정을 그렸다. 사명감을 갖고 경찰이 된 건 아니지만 나름의 열정이 있는 세이다이의 일화는 이제 막 사회로 첫걸음을 내딛는 초년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연인과의 실연을 계기로 경찰이 됐지만 조직과 규율이라는 미명하에 모든 것이 제약된다. 상명하복은 최고의 미덕으로 여겨진다. 불쾌하기 짝이 없는 시민들을 상대하면서도 품위와 미소를 유지해야한다. 한 사람이기에 일원을 강조하는 문화가 세이다이는 갑갑하기만 하다. 게다가 사고라도 치면 신문에 대서특필 될 각오도 해야 한다. 그 와중에 동기 미우라는 경찰을 천직으로 받아들이고 온몸으로 열정을 내뿜어댄다. 동일 선상에 놓였다고 여겼지만 미우라의 불신검문 검거에 질투가 난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을 그때, 사원증을 보며 감격에 젖었을 그때, 구두소리가 한 없이 경쾌하게 느껴졌을 그때, 회사의 지시라면 철근이라도 씹어 먹을 각오와 기세로 똘똘 뭉쳤을 그 처음을 생각나게 하는 책이었다. 세이다이가 조직 내에서 튀고, 미야나가 반장에게 사사건건 혼이 나도 은연중에 풍기는 신입의 열정이 느껴진다. 왜 경찰이 되고자 했는지 근본적인 질문에 괴로워하고 우울해하는 모습은 직장이 익숙해질 때 문득 고개를 드는 질문들과 겹쳐 보인다. 어떤 직업이든 그 안에서 일하는 것은 사람이기에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한 인물을 중심으로 주변 사람들과 부대끼고, 경찰이라는 업무를 통해서 과거보다 나아가는 모습, 방화사건과 미우라의 부상, 고자쿠라 순경과의 만남을 통해 진일보하는 모습은 성장소설의 구성을 띈다. 일반적으로 성장소설의 주인공들은 착실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경찰수첩에 스티커사진, 귀에 피어싱 등 성실함과는 거리가 먼 주인공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여기 어딘가 존재할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리고 조금씩 나름의 속도감을 갖고 앞으로 나가는 모습에서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어떤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경찰,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특수성도 엿볼 수 있다. 형사와 경찰은 만날 일을 안 만드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동안 너무나 무지했던 그들의 일상과 업무를 알 수 있었다. 사건 사고, 신고 대응, 출동, 순찰, 불신검문 등 단어로만 알고 있던 것들이 실제로 어떤 느낌인지 짐작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20대는 한 번이상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경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적이있다. 고용불안과 경제 불황에 너도 나도 안정성을 중시하여 공직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하지만 공직 세계에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그리고 시민의 접점에 서 있는 경찰에게는 더 많은 애로사항이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경찰이 겪는 어려움을 세이다이의 입, 세이다이와 동료들의 움직임 그리고 땀에 젖은 제복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해 준다.
일본 소설이지만 우리나라의 지구대를 생각하면서 읽었다. 집단 속에 위치한 하나의 일원으로, 영웅은 필요 없다는 과장의 말이 인상 깊다. 혼자 살아가는 것 같지만 주변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세이다이가 아닌 내게 하는 말 같았다.
이 소설은 경찰이라는 집단을 구성하는 하나의 일원을 돋보기로 확대해서 본 느낌이다. 동시에 한 개인을 통해서 경찰 전체를 조망한 기분도 든다. 지금도 사실, 경찰 아저씨를 보고 친절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넬 자신은 없다. 하지만 그들이 교통 단속을 하고, 사람들의 싸움을 말리는 모습을 보면 예전보다는 더 눈길이 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