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 어느 심리학자의 물렁한 삶에 찾아온 작고 따스하고 산뜻한 골칫거리
닐스 우덴베리 지음, 신견식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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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고양이 사랑을 한 권에 담뿍

- 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닐스 우덴베리, 샘터


고양이를 좋아하시는지,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키우지는 못하고 그저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들에게 애정 어린 시선을 주는 정도이다. 한 때 반려동물을 들여야 하는 필요성을 역설하다가 책임감과 비용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벽을 넘지 못했다.

 

키울 수는 없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학창시절 사귈 수 없는 상대를 짝사랑하는 마음처럼 간직하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이 온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서점에서 시간을 보낼 때에도 표지의 고양이의 묘한 모습에 끌린 적이 있다. 제목과 표지에서 따뜻함과 여유가 묻어난다. 이런 나의 마음을 어떻게 통했는지 책을 만나게 되고 읽을 기회를 얻었다.


우리는 어떤 대상에 호감을 가지면 오감을 통해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연애를 할 때 상대의 목소리를 듣고 싶고 만지고 싶고 보고 싶은 것도 결국 그 대상을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또한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하여 대상을 바라본다. 어떤 분야에 마니아층이 형성되는 것도 호감을 갖고 있는 존재, 대상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싶기 때문에 더 파고들기 때문이리라.

 

‘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는 박사 할아버지가 고양이를 만나고 점차 그 매력에 빠지면서 느낀 것을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다. 자신의 감정과 고양이의 모습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읽을수록 눈앞에 그 장면이 떠오른다. 한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배움의 결과로 ‘박사’라는 타이틀을 얻은 이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총 동원하여 ‘나비’를 이해하려고 한다. 읽으면서 점점 우리는 ‘집사’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집사’는 자기 필요할 때 사람을 이용하는 이 영악한 동물이 가지는 매력을 논리적, 이성적으로 고찰한다. 보통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감정에 대하여 혼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은 발견할 때마다 읽는 이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강아지와 다른 고양이의 매력, 왜 고양이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지, 하나의 생명으로서 다른 개체와는 다른 고양이의 특성은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한 것이 한 권에 집약돼있다. 고양이 꼬리, 고양이의 사냥 이야기, 야생적 본능을 품고 있는 모습 등 이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지금 눈앞에 있는 고양이도 먼 옛날 아프리카 초원에서 홀로 생활 했을 거라는 모습이 쉽게 상상이 간다. 내용에 몰입할수록 표지의 고양이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무심코 봤던 고양이 일러스트는 점점 그 눈, 귀, 코, 수염 하나 둘 씩 생명감을 얻어간다. 고양이 특유의 무신경함과 본인이 필요할 때 사람한테 들러붙는 상황이 절묘하게 떠오른다.

 

애묘인, 집사를 자처하는 이들과 고양이가 마냥 좋은 사람이라면 꼭 읽었으면 좋겠다. 현재 고양이를 키우고 있지만 앞으로 함께 할지 고민이 되는 이에게는 더욱 이 책을 건네고 싶다. 책이 주는 여러 이점 중에 한 가지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정리된 활자로 만날 수 있는 점이다. 어떤 것을 느끼고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는 개인의 경험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생각을 관통하는 한 문장을 만났을 때 우리는 조금 더 이성적이 되고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남을 이해하기 위해 오감을 총동원한 것에 비하면 쉽게 나 자신을 만나고 공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으면 왜 고양이를 좋아하고 때로는 주체하지 못하는 고양이 사랑과 그 감정에 슬며시 고개를 드는 의문에 답을 제공해 준다. 당신은 고양이를 좋아할 수 밖에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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