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심연]결국 답은 내 안에 있었다.

- 심연, 배쳘현, 21세기북스

 

개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하나의 신화처럼 변함없는 가치가 하나 있다. 성공에 대한 기준이다. 성공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학교, 기업, 부를 갖는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타인이 부여한 인정과 기준을 전제로 한다.

 

세상의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은 성공을 외친다. 이미 성공한 사람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부를 축적했는가에 대한 것이 주를 이룬다. 성공에 대한 비결을 나눠주는 책들을 탐독하고 손에서 놓지 않지만 결국 나는 그대로 있다. 자기계발서의 일화는 저자의 성공담이지 나의 성공담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게 된 심연이라는 책의 표지부터 실로 흥미로움 그 자체였다. 책을 읽기 전에 표지와 띠지 등을 두루 살펴보고 읽는 편이다. 이 책은 저자의 이미지를 넣은 큰 띠지가 있다. 책을 읽기 위해 띠지를 벗겨내면 그야말로 제목이외에 독자에게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서울대 교수라는 저자의 인맥이나 경력 등을 활용하면 추천사 등은 쉽게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왜 받지 않았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궁금증에 대한 답은 책을 다 읽고 나서 어느 정도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서울대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가 인생에 대한 철학, 삶에 대한 철학을 담은 한 권이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저자는 다양한 가치에 대한 의미와 삶의 지침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몸은 내 몸이지만 마음은 결코 내 마음이 아닌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저자의 질문은 지금, 여기, 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고독, 관조, 믿음, 멘토, 심연 등 삶에 필요한 여러 가치는 일상에서는 쉽게 사용하지만 참 뜻은 몰랐다. 저자는 단어의 어원 등을 통해 그 단어의 실제 의미를 추적하는 과정하고 그 가치와 관련된 역사적 사례, 영화, 책 등을 자유자재로 소개하여 독자의 이해를 도모한다. 책의 핵심 문구는 별도 페이지에 색다르게 강조하여 읽는 이는 그 부분을 한 번 더 마음에 담을 수 있다. SNS에 찍어서 올리기 좋은 페이지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자극과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또는 의도치 않게 많은 것을 본다. 하지만 그 속에는 나라는 존재는 없다. 그저 시간 흘러가는 대로 살게 되는 것뿐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우리는 잠잘 때 외에 혼자가 아니지만, 마음만은 항상 공허하다. 누구나 한번쯤 겪어 본 이 씁쓸한 괴리감은 결국 내가 나와 대화하지 않고 돌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 나는 내가 하나의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목표는 어느 정도 잡혀있고 차근차근 실천해가면 언젠가는 도달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며 그 목표에 대한 확신이나 다짐이 현재 그저 숨 쉬듯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정신이 번쩍 들었고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간절한 결심을 하자고 새롭게 마음먹었다.

 

이 한 권을 통해 저자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과거의 답습, 구태의연함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스스로를 마주하고, 변화하기 위한 인내의 시간, 변화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된다고 역설한다. 내가 나의 마음 그 깊은 곳으로 들어가서 그곳의 나와 만나고 대화하길 바란다. 그 곳에 진정한 내가 있고 내 삶에서 추구해야할 답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초반을 읽고 단박에 어떤 시의 구절이 생각났다. 윤동주 시인의 쉽게 씌여진 시의 일부 구절이다.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스스로에게 엄격한 나에게 작은 손길과 마주보는 연습을 하고 싶었기 때문일까. 과거의 나와 이별하고 새로운 나를 맞이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을 시인이 생각났다.

 

이 책은 하나의 도구다. 내가 나를 직시할 수 있게 안내해주는 하나의 표지판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좋은 글이고 심금을 울리지만 이 책에 매몰되어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면 그것은 저자가 의도한 것과 정반대로 책을 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필요에 의해서 확인하고 다시 읽을 수는 있겠지만 책 자체를 맹신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과거 나는 특정 자기계발서를 내 인생의 지침이자 답으로 여기고 매몰된 적이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이 책이 왜 이렇게 추천사 없는 단순한 디자인인지 나만의 답을 내렸다. 이 책은 자신과의 대화, 내면속으로 혼자서, 깊숙이 들어가라고 말한다. 만약 책의 표지에 추천사가 많고 화려하다면 그것이야말로 이 책이 지향하는 것과 정 반대의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나는 학문적 지식이 낮고, 전문성도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보다 소위 잘난 사람’, 세상이 성공했다고 평가한 사람들의 삶을 따라하면 적어도 실패는 하지는 않는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을 통해 비록 세상 기준의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는 없겠지만 내 인생의 답까지 밖에서 찾을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물음을 던지고 내면에서 불씨를 만들고 싶다. 과거의 뜨거웠던 초심을 유지하되, 그릇된 습관과는 결별을 선언하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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