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코워커
프리다 맥파든 지음, 최주원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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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코워커》는 독자를 철저히 오도하는 미스터리 심리스릴러다. 매일 아침 8시 45분이면 어김없이 출근하던 돈 쉬프가 어느 날 사라진다. 8시 46분이 되었을 때에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고 동료 내털리는 불안한 마음에 그녀의 집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바닥 가득 번진 핏자국만이 남아 있었을 뿐이다.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뜻밖에도 내털리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누구보다 돈을 걱정했던 그녀였기에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내털리의 말과 표정, 기억의 빈틈이 서서히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더 코워커》는 내털리의 시점과 돈의 이메일이라는 이중 구조로 전개된다. 걱정 많은 동료처럼 보였던 그녀는 돈이 남긴 기록을 따라가며 조금씩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독자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추리하며 이야기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하지만 결국 작가는 독자가 선택했다고 믿는 모든 사고의 방향을 치밀하게 설계해 놓았다.

프리다 맥파든의 힘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반전의 냄새를 빠르게 감지하는 독자조차 마지막 문장을 덮는 순간에야 자신이 처음부터 작가의 손바닥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더 코워커》는 ‘누가 범인인가’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 사람을 괴물로 규정하고 싶어하는 사회의 욕망, 죄와 기억, 그리고 피해와 가해의 뒤섞인 서사를 정교하게 엮어낸다. 친절함이 위장일 수 있다는 두려움,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로 지목되는 아이러니, 그리고 ‘정말로 믿을 수 없는 건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오랫동안 남는다.

마지막까지 독자의 사고를 조종한 이 이야기는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내털리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누군가를 의심하기 시작한 순간 우리는 이미 그 미로에 들어서 있었다.



@woojoos_story 모집 #해피북스투유 @happybooks2you 도서 지원으로 #우주클럽_장르문학방 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더코워커 #프리다맥파든 #해피북스투유
#우주클럽_장르문학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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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의 유령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4
조예은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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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의 유령》은 무서운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책장을 덮을 즈음엔 가슴 깊은 울림이 더 오래 남았다. 외증조모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리고 “서른 살이 되는 해에 1년간 그 집에 살아달라”는 유언을 따라 적산가옥에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낯선 이름 ‘가네모토 유타카’. 처음엔 그저 귀신인 줄 알았다. 무서운 존재, 혹은 한 맺힌 망령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읽을수록 가장 오래 마음이 닿았던 인물은 오히려 그 유령이었다.

유타카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었다. 학대와 방임 속에서 자란 채 자신을 미워하게 된 아이였고, 사랑을 배우지 못한 채 죽음에 이르렀지만 끝내 해방되지 못한 존재였다. 외증조모 준영과의 인연은 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따뜻한 체온이었고, 그 기억 때문에 그는 집을 떠나지 못했다. 유령이 되어도 붙잡고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려 했던 존재. 그는 망령이 아니라 수호신이었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긴장은 높아지지만, 이 소설은 단순한 추리극도 아니고 생존 스릴러도 아니다. 《적산가옥의 유령》은 병든 기억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그 집에 깃든 공포는 괴물의 등장이 아니라 기억과 정체성의 무게에서 비롯된다. 무섭다기보다 서늘하고, 찝찝하기보다 축축하다. 마지막 장면을 읽고 나면 독자는 손끝에 남은 감정의 잔여물과 함께, 자신도 모르게 그 집의 일부가 되어 나오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 소설은 ‘무서운 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떠나지 못한 존재, 혹은 떠나지 못하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게 이 집은 저주의 장소이기보다, 슬픔의 무덤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 모두, 마음속 어딘가에 하나쯤은 자신만의 적산가옥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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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계절은 전부 내 감정이었다 - 오래 품은 나쁜 감정을 흘려보낸 나날들
원울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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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계절은 모두 내 감정이었다》는 마음의 병이 찾아오는 방식과, 그것을 회복해 나가는 시간을 아주 조용한 언어로 그려낸다. 공황장애를 겪으며 무너진 저자는 어린 시절에는 약한 몸으로, 성인이 되어서는 무너지는 마음으로 삶의 여러 계절을 통과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신의 감정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책은 그 감정의 조각들을 다시 모으는 기록이자, ‘나’라는 사람을 회복해 나가는 고백이다.

처음엔 담담해 보이던 문장들이 어느 순간부터 뼈에 닿는다. 감정도 경험을 통해 자란다는 문장은 단지 위로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을 돌보는 법에 대한 정직한 안내다. 작가는 말한다. “힘들지? 괜찮아. 울어도 돼.”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묻어둔 감정이 튀어나온다. 이 책은 그저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괜찮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그대로 바라보는 용기, 그것이 이 책이 내미는 손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독자에게 묻는다. 나는 어떤 감정을 지나왔는가. 언제 내 마음을 닫았는가. 지금 나는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는가. 이 질문은 독자 자신에게 수사를 의뢰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말한다. “이제는 행복해, 진심으로.” 그 문장이 왜 맨 마지막에 남겨졌는지, 독자는 책을 덮는 순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감정을 기억하게 하고, 마음을 다시 여는 길로 안내한다. 단지 치유에 그치지 않고, 감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지를 천천히 일깨운다. 잊고 지냈던 내 마음의 이름들을 다시 불러내는 경험.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지금 이 계절의 주인공은 결국 나의 감정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출판사 미다스북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지나온계절은전부내감정이었다 #원울 #미다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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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인간
염유창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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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인간》은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기 힘든 소설이다. 반성문 대필로 생계를 이어가던 시윤은 병든 딸의 병원비 때문에 수상한 의뢰를 받아들인다. 의뢰인은 유명 심리상담센터 원장 조찬식. 그는 산사태로 붕괴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8명을 인터뷰해 트라우마 회복을 돕는 책을 쓰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어딘가 이상하다. 모두가 기억에서 지운 듯한 존재, 전경석. 자진해서 지하 3층으로 내려갔다가 익사했다고 알려졌지만 그의 수색 구역은 지하 2층이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의 최대 탑승 인원은 8명. 생존자도 8명.

전경석은 정말 스스로 내려간 걸까, 아니면 누군가 그를 밀어 넣은 걸까.

이 책은 단지 진실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독자가 직접 사건의 실마리를 추리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표현이 중반 이후 결정적인 단서로 떠오르고, 말미에 이 모든 퍼즐이 맞물리며 돌아가는 순간은 짜릿하다. 특히 인물 간의 대화 속에 숨어 있는 긴장과 감정의 미세한 떨림이 돋보인다. 독자는 어느 순간 사건의 공조 수사자가 되어 단서를 따라간다. 작가는 불필요한 맥거핀 없이 이야기의 모든 조각을 회수하며 완성도 높은 구조를 보여 준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전경석이라는 이름이 있다. 처음 책소개를 보고 의심의 대상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는 오히려 가장 애잔한 존재로 다가온다. 정당하지 않은 선택이 누군가의 고통을 은폐하고, 결국 그 책임이 모두에게 되돌아온다는 메시지는 묵직하게 가슴에 남는다. 이 소설은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다. 인간이 도덕적 무력감 앞에서 어떤 책임을 질 수 있는가를 끝까지 묻는다.

당신이 9명을 태울 수 없는 8인승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아무도 피를 묻히지 않았지만 실은 모두가 그 결정에 참여했을지 모른다는 의심. 이 책은 그 불편한 진실을 피하지 않는다. 독자는 단서의 재미를 넘어 그 단서들이 가리키는 방향과 그 끝에 놓인 의미를 함께 체험하게 된다.

* #우주서평단 모집, #해피북스투유 출판사 도서지원으로 #우주클럽_장르문학방 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마이너스인간 #염유창 #해피북스투유 #우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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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럭이는 세계사 - 인간이 깃발 아래 모이는 이유
드미트로 두빌레트 지음, 한지원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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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럭이는 세계사》는 우리가 매일 스치고도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던 ‘깃발’이라는 상징을 통해 세계사를 다시 읽게 만드는 책이다. 거리와 뉴스, 올림픽 중계와 달 착륙 장면까지 깃발은 언제나 가장 뜨거운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 이 책은 단지 국기의 의미를 해설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깃발에 담긴 색과 무늬, 상징의 기원은 물론 그 깃발이 어떤 역사적 흐름과 함께 생성되고 소멸했는지를 추적한다. 성조기와 프랑스 삼색기, 유니언잭처럼 잘 알려진 국기부터 낯선 나라의 깃발까지, 깃발은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역사의 요약본이자 욕망의 상징으로 다가온다.

처음엔 깃발이 뭐 그리 대단할까 싶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국기 하나하나에 스며든 수천 년의 서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프랑스 혁명의 함성이 삼색기에서 느껴지고, 우리가 초등학교 때 외웠던 색과 문양이 제국주의의 흔적이거나 종교 전쟁의 상징으로 다가온다. 작고 가벼운 천 조각이지만 그 아래 담긴 정체성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저자는 국기를 마치 사건 현장처럼 분석하며, 깃발이 바뀐 순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이 책은 독자에게 ‘보는 눈’을 새롭게 만들어 준다. 어느 순간부터 색과 도형의 배열만으로도 한 나라의 지배 구조, 종교, 역사적 상처를 읽어내는 감각이 생긴다. 국기가 단지 상징물이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과 이상을 압축한 요약본임을 실감하게 된다. 무엇보다 200장이 넘는 깃발 이미지와 함께 읽는 이 책은 시각적인 즐거움도 크다. 깃발이라는 작은 창을 통해 세계사의 넓은 지도를 다시 그려 보게 되는 경험,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woojoos_story 모집, @willbook 출판사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펄럭이는세계사 #드미트로두빌레트 #윌북 #우주서평단 #온라인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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