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야, 내가 아니라서.
그렇게 생각했다. 그 말의 비열함에 스스로 참혹해지면서도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선배가 출장을 다녀오며 사다 준 핸드크림과 초콜릿, 마그넷 같은 기념품들이 여전히 책상 서랍에 남아 있었지만 죄책감을느끼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을 거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것 자체가 자신이 형편없는 인간이라는 것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더 큰 비겁함 같아서였다. 그때는 비겁하지 않은 태도 같은 건 선택지에도 없었다. 비겁함의 더하고 덜함을 고를 수 있을 뿐이었다. 뻔뻔하고 못된 얼굴로 청소년들을 상담하고 조언을 하고 위로를 하면서 1년을 더 다녔다. 자신은 한 번도 좋은 어른인 적 없으면서 좋은 어른으로 커야 한다고 말했다. - P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