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영은 사서 공무원은 아니었고 도서관장이 바뀌면서 데려온 무기 계약직 직원이었다. 도서관장이 시청에서 근무할 때도 비서로 일했다고 하는데 둘이 사귀는 사이였다는 소문이 김자옥 씨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그래서는 아니지만 다른 사서 선생들보다는이윤영이 대하기 편했다. 소문으로 사람을 훼손하고 그 훼손됨에 우월감을 느끼며 만만하게 대하는 사람들의 저열한 태도를 젊은 날 질리도록 겪어 왔는데 결국 김자옥 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가 아니라니. 이윤영이 편한 건 그래서였다. - P73

사실 고독사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대단히 존험하고 고결하고 우아한 고독사를 완성하겠다는 꿈이야말로부장님식 농담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가 꿈꿀 수 있는 가장거창한 고독사란 최대한 하찮게, 고요하게, 누구에게도 슬픔과 죄책감을 안기지 않고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자연사로서고독사를 맞이하는 것뿐일 터였다. 그것이 조 부장의 고독사워크숍이 지향하는 최선의 고독사였다. - P115

나쁘지 않다는 말은 정말 나빴다. 완벽히 나쁘지도 못하게때문에 더 나빴다. 언젠가 P가 했던 말을 알리스는 떠올렸다.
그때 P의 목소리에 담긴 슬픔과 분노에 대해서, 어떤 촌스러운 슬픔은 분노로 표현된다는 것을 알리스는 이해하고 싶지않았으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말이 P를 지나 윤정을 거쳐 구해영에게 이르는 과정에 대해 생각했다. 나쁘지 않은 건 아주 나빠. 정말이지 아주아주 나쁘다고. 일상적인 가학은 친절과 배려의 옷을 입고 온다고 알리스는 생각했다. 농담으로 위장한 상냥한 폭력에 대해 알리스는 알고 있었다. 알고 싶지 않은데 알게 된 것들이었다.
나쁘지 않아 나쁜 날들은 많았고 사실은 매일 그러했다. - P127

돌이켜 보면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다만 값싸게 취급된 어떤 죽음에 대해서 슬픔이 제거된 자리에 악취 나는 쓰레기 같은 생각들을 채움으로써 그 죽음이 야기할수 있는 작은 슬픔조차 느끼기를 거부했던 것 같았다. 스스로를 혐오의 상태에 가두고 고립시키는 행위가 슬픔으로부터 자신을 지켜 주리란 어리석은 기만, 그렇게 전이된 슬픔은 이전에도 있었고 이번이 마지막도 아닐 터였다. - P210

타인의 행동에 의문을 품지 않고 모른 척 넘어가는 것이 전규석이 과거를 통해배운 유일한 삶의 해법이었다. 정답은 아니지만 틀리지도 않는 답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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