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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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알고, 원하는 내용에 대해 고만고만한 정보와 식견을 가지고 있어  

고개를 끄덕여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즐거움'이다.  

이런 걸 '동감'이나 '동류'라는 묶음 속에서 출발하는 즐거움이라고 한다면  

그건 끝이 있다.  서로가 너무 유사하기에 결국 뻔해지고 심심해 지는 것이다.  

그러나 나보다 큰 것을 만나면 우리는 즐거움 대신 '감동'을 받는다. 

'감동'은 세상에 유통되는 일반적인 식견과 상상력을 넘어설 때 온다. 

'감동'은 또한 내가 확장되고, 세계가 확장되는 경험이다.   

 나는 이 '감동'이 흔히 우리가 '클래식'이라고 말하는 것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이건 문학이건 미술이건 대자연이건 말이다.... 

그런 면에서 도스또예프스키의 <죄와 벌>은 클래식이란 말 밖에 따로 부를 말이  

없다.  

 

그런데 혹시 높고 험한 산을 올라가 보았는가? 

종주를 하거나 정산 부근에서 보는 자연의 신비에 '감동'을 받으려면 

'다리품'이란 게 필요하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으니 말이다.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움베르토 에코는 자신은 글의 도입부를  

일부러 어렵게 쓴다고 말했다. 작품을 높은 산에 비유하며 

그곳을 올라올 채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들, 즉, 다리품을 팔거나  

작가의 의중이나 템포를 따라올 끈기가 없는 이들에게까지  

등정의 감동을 쉽사리 허용할 이유가 없다고 하면서 말이다.    

만약 <<죄와 벌>>의 300페이지 가량을 감동을 위한 다리품이라고 생각하고 견뎌낸다면  

그 이후부터 보이는 것들은 매순간 황홀하고 벅찬 희열로 다가올 것이다. 

어쩌면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긴 한숨과 함께 한 방울의 눈물을 

떨구고야 마는 자신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주책스럽더라도 부디 그러길 빈다... 

 

 덧붙이며 

출판사 열린책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이 책과 관련한 도스또예프스키 전집에 관한  

장삿속에 화가 좀 난다. 이번에 나온 건 양장본으로 

9800원 상 하로 나왔다. 그 전에 같은 도안으로 페이퍼백으로 7800원에 

나온 것(훌륭했다)을 어느새 가격은 유지한 채 판형을 미세하게 줄이고,  

작가소개가 달린 책 날개를 

잘라먹은 채로 구판의 기형처럼 내더니,  

이제는 양장본으로 산뜻하게 옷 갈아입히고  

값을 올렸다. 그래도 <<죄와 벌>>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상. 하 두권에서 가격이 오른 채 

상, 중. 하 세권으로 늘었다.  

요 근래 출판사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래도 구판에서 찍은 쇄를  

대충 훑어보니 이렇게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돈벌이가 꽤 짭짤했던 것으로 안다. 

그리고 작가에게 저작권료을 비싸게 준 것도 아니지 않은가? 

비싼 책 값 때문에 고전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날까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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