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 - 사유하는 인간
린지 스톤브리지 지음, 손성화 옮김 / 사람in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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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히만 재판, 예루살렘, 1961 —

검사
당신은 수백만의 죽음에 서명했습니다.
무엇을 근거로 스스로를 변호하겠습니까?

아이히만
저는 그저 명령을 따랐을 뿐입니다. 저는 톱니바퀴였습니다.
저는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 생각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저 절차였으니까요.

아렌트
나는 괴물을 찾으러 왔다.
그런데 여기 있는 건 그저… 말이 없는 사람이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

악은 뿔이 달려 있지 않다.
악은 그저… 생각하기를 멈춘 자리에서 태어난다.

검사
그렇다면 당신은 후회하지 않습니까?

아이히만
저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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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 아렌트는 나치 독일의 친위대(SS) 장교로,
홀로코스트 당시 유대인들을 강제수용소로
이송하는 실무를 총괄한 인물인 아이히만을
판단하지 않는 핑계를 찾는 자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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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이기에 판단하는가?
여기에 아렌트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보다
”판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말한다.

생각한다는 것은 완성된 의견을 갖는 게 아니다.
아렌트는 그렇게 말했다. 사유는 결과가 아니라 ‘활동’이라고.
그러니까 매번 다시, 처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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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생각은 없다. 사유 자체가 위험하다.”

멍청해지는 건 쉽다.
소셜미디어라는 허공에 소리치면 되니까.
생각하는 건 다르다.
물러나야 하고, 다시 세계로 돌아와야 하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계속 흔들려야 한다.

완성된 의견에 도달하는 순간 사유는 멈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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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때부터 끊임없이 고뇌하고 질문했었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여자, 학생, 한국인 따위의 외형적인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있는 나. 이 사람은 누구인가. 라고.

아렌트의 자아 개념에서 흥미로운 지점을 만났다.
(혹은 눈물나게 반가운🥹)
‘나’는 단일하지 않다.
혼자 있을 때조차 나와 나 자신 사이의 대화,
즉 divided self가 작동한다.
사유란 이 내적 복수성(plurality)을 견디는 일이며,
여기서 그녀의 정치철학
(복수의 인간들이 함께 세계를 구성한다는 생각)
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내게 자아가 하나가 아니었듯이.
아렌트에게도 자아는 하나가 아니었다.
혼자 있을 때마저 둘인 인간.
그 균열이야말로 사유가 시작되는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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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세계를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사유하는 나, 무엇을 사유할 것인가,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만난 것 같아 반갑고,
또 한편으론 위로가 되기도 했다.

멈추지 않고 계속 묻는 것,
답을 내려놓지 않는 것.
그게 게으름이나 우유부단함이 아니라
가장 성실한 방식일 수 있다는 걸

이 책이 말해주는 것 같아서
오래 생각해온 나 자신을 조금 덜 의심하게 됐다.

📖 사유는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함부로 답하지 않을 용기를 준다.

이 책은 아렌트를 ‘이해’시키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녀처럼 불편하게,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폭력은 믿지 않았지만 불복종은 깊이 믿었던 사람.
연약한 도서관, 조용하고 슬프지 않은 장소를 닮은 삶.
무력함과 용기, 평범함과 탁월함을 동시에 짊어지고도
세계 안에서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할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

한나 아렌트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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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아렌트_사유하는인간_린지스톤브리지
#사람인

줄칠 문장도, 인덱스도 위아래로 마구마구 많았던 너무 좋았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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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하여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이현 옮김 / 클로츠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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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대하여
by 안톤 체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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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OUT LO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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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Other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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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호프가 ‘사랑‘을 주제로 쓴
단편 12편을 묶은 사랑 앤솔로지.

그야말로 ‘꽃’anthos을 ‘모아’logia 엮은
열두 송이 사랑이야기다.


저마다 다른 계절에 피어난 꽃처럼,
어느 사랑은 눈부시고, 어느 사랑은 쓸쓸하다.
체호프는 사랑을 미화하지도, 단죄하지도 않은 채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조용히 바라본다.



1부에서 사랑을 믿었던 사람들(학생, 나쟈)이,
2부에서 그 사랑이 허영과 자기기만이었음을(귀여운 여인, 메뚜기),
3부에서 욕망과 계급이 사랑을 어떻게 오염시키는지(복권, 아뉴타),
4부에서 그 모든 걸 잃고 나서야 진실을 깨닫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사랑에 대하여, 슬픔)
순서로 배열이 되어 있는 사랑을 주제로 엮은
이 앤솔로지 구조 자체가 하나의 논지가 된다.

희망에서 환멸로, 환멸에서 뒤늦은 깨달음으로.

체호프의 인물들은 사랑을 느끼는 데는 능하지만,
그 사랑을 알아보고 지키는 데는 서투르다.
허영(귀여운 여인, 메뚜기)이든 두려움(사랑에 대하여)이든
무지(구즈베리)든 침묵(슬픔)이든,
사랑을 놓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하나.
사랑이 눈앞에 있을 때는 그 무게를 못 느끼고,
사라지거나 멀어진 뒤에야 그게 사랑이었다는 걸 안다는 것.

망설이고, 미루고, 외면하는 사이 조용히 사랑은 떠난다.
그리고 사랑은 늘 떠난 뒤에야 자신의 이름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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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대할 때 나는 종종 길을 잃는다.
때로 인물들의 행동이나 감정에 좀처럼 공감을 하기 힘들때가 많은데,
체호프의 글을 읽으며 부로 공감보단 현상 그 자체를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우선 글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필력 하나만으로 계절의 공기와 자연의 풍경,
인물의 미세한 감정의 결까지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냈다.
그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인물을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그저 그들이 살아가고 사랑하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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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고, 비겁하고, 모순적이며,
때로는 한없이 아름다운 인간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체호프.
그가 관찰한 인간과 사랑의 기록.

인간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다.


🖋️
웅덩이마다 바늘처럼 날선 얼음이 얼어붙었고 숲에는 스산하고 황량한 기운이 감돌았다. 겨울 냄새가 났다. p.9

과거는 현재와 이어져 있고, 그 사이에는 사건들이 끊임없이 사슬처럼 맞물려 있다. 방금 그는 그 사슬의 양 끝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쪽 끝을 건드리자 다른 쪽 끝이 떨리는 것만 같았다. p.15

만족하며 행복하게 사는 모든 사람의 문 뒤에는 반드시 망치를 든 누군가가 서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망치로 두드리며 세상에는 불행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어야 합니다. p.199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흔히 말하는 행복과 불행, 선과 악의 잣대로 당신들의 사랑을 재단하지 말라.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훨씬 더 고귀한 기준으로 사랑의 깊이를 가늠하라.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판단하려 들지 말라.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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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joo_story 진행으로 단체 디엠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우주서평단

#사랑에대하여_안톤체호프
#클로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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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지리학 - 혁신은 어디에서 탄생하는가
메흐란 굴 지음, 홍석윤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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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지리학]은 세계적인 혁신 국가들을 살펴보며 혁신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보여준다.
우리가 잘 아는 실리콘밸리가 아니어도 여러 나라에서 혁신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몇 개의 나라들의 성공신화를 읽어 내려간 후,
마지막에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는 생각이었다.
모든 나라에 똑같이 적용되는 혁신의 공식은 없다는 것.

실리콘밸리는 개방성과 도전 정신으로 성장했고, 스위스는 정밀기술과 연구 역량으로 경쟁력을 만들었다. 싱가포르는 작은 국토의 한계를 글로벌 인재 유치로 극복했고, 한국은 압축 성장과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강국이 되었다. 서로 다른 환경과 역사, 문화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혁신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서 혁신은 누군가의 성공 공식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조건을 가장 잘 활용하는 과정에 가깝다.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마찬가지다. 부족한 것을 한탄하기보다 지금 가진 강점과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갈 때 비로소 경쟁력이 생긴다.

“다양성이 높을수록 더 높은 성과로 이어진다.”

혁신은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탄생하기보다 서로 다른 생각과 경험이 만나며 만들어진다. 열린 사회, 다양한 인재,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의 길을 좇기보다 자신의 환경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가장 좋은 답을 찾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국가의 혁신이든 개인의 성장이든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공의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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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지능 - 당신 안에 있는 위대한 지성을 깨워라
앵거스 플레처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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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중심 사고방식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만이 가진 고유하고 비논리적인 사고 능력인 '고유지능(Primal Intelligence)'을 소개한다.

방대한 데이터로 패턴인식, 예측, 최적화, 의사결정을 내리는 AI시대를 거슬러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능력이란 과연무엇이란 말인가.

👇🏻
• 직관 (Intuition): 의식적인 생각 없이도 숨겨진 규칙이나 예외를 간파하는 능력.
• 상상력 (Imagination):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창조하거나 이야기를 통해 사고하는 능력.
• 감정 (Emotion): 상황을 평가하고 행동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능력.
• 상식 (Common Sense):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현명하게 행동할 수 있는 실용적인 지식.

저자는 논리와 데이터만으론 늘 불확실하고 한계가 있는 세상에서 반드시 길어야할 인간 고유의 능력들을 훈련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했다.
특히 고도의 판단력과 행동력을 요구하는 미 육군 특수부대 신병들이 높은 IQ에도 불구하고 위기 상황에서 의사 결정 능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개발이 그 시작이었다.

그가 개발한 시스템을 토대로 이 책은 통해 저자는 AI가 구현, 모방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사고방식으로, 불확실성과 변화에 대한 적응력, 창의성, 공감 능력 등 인간다움의 지혜를 되찾는 길을 제시해준다.

뒤로 갈수록 꽤나 철학적이지만 또 거기서 멈추지 않고 신경과학, 문학, 역사적 사례들을 결합하여 다각도로 분석해낸 것이 굉장히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얼핏 슈퍼네이처같은 초월적 실재의 느낌도 없지 않지만, 나는 역시 문과생이어서 그런지, 이 책에 깊이 매료되었다.
AI의 출현이 두렵기만 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너무 좋을 것 같다.

꼭 다시 재독해야할 책👍🏻
생각하는 방식을 바꿔줄 올해 최고의 책✔️

📝
누구나 '왜'를 알고 싶어하지만 ’왜‘라고 물을수록 답을 빨리 놓치게 되죠.
p.63

두려움은 우리 뇌가 마련하는 최후의 비상 계획이다. 뇌는 타인의 계획을 흡수함으로써 계획이 없다는 문제를 해결한다.
p.93

앞으로 나쁜 시기가 닥칠 거라는 예감에 불안한 아이들은 빠르게 성숙해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배운다. 빨리 어른이 되면 생존에 도움이 되지만, 마음과 꿈을 살찌우는 성장기를 충분히 누리지 못해 시야가 좁아진다.
p.255

이야기의 다른 말은 플롯이고, 플롯의 다른 말은 계획이며, 계획 이란 결국 인생을 건너는 경로다.
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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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황제
오션 브엉 지음, 김지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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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절망을 이토록 아름다운 문장으로 치환할 수 있는건가.
가차없는 현실의 날것들을 붙잡아 우아한 문장으로 직조해낸다.
과연 시인의 문학이다.

가장 큰 절망 속에서만 찾아 낼 수 있는,
역설적인 “기쁨”의 찬가.
그저 아름답다. 아름답다 만을 외치며 책장을 넘겼다.
책 표지 속 소년을 비추는 빛이 이토록 찬란한 이유.
표지가 너무나 영롱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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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트라우마, 마약, 가난,
이민자의 삶, 장애, 가족해체 등의
처참한 환경 속에서,
삶의 고통을 진 자와 삶을 잃어가는 자,
그리고 저마다 비틀린 삶을 사는 자들이
East gladness(기쁨)라는 도시에서 만나게 된다.
벼랑 끝에서, 혹은 삶의 지루함 속에서.

일종의 대안가족을 이루며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며 돌보는 이들을 통해
밑바닥까지 내려앉은 현실의 고통을 직시하면서도
그 속에서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순수하고 폭발적인 사랑과 유대를
목격하는 경험, 아니 체험을 할 수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방식으로.

오션 브엉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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