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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사생아들 : 레프 톨스토이 x 오귀스트 르누아르 ㅣ 세계문화전집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7월
평점 :
Leo Tolstoy x August Renoir
이 책에는 톨스토이의 단편 몇 편과 르누아르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소설집도 아니고, 화집도 아니고, 평전도 아니다.
그러니까 톨스토이의 작품에 르누아르의 삽화를 넣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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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단편 사이에 르누아르의 그림을 놓고,
그 사이로 두 사람의 사생아 이야기가 놓였다.
이 점이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다.
톨스토이와 르누아르의 작품,
이 둘을 한 권에 묶어버린 방식의 편집.
톨스토이와 르누아르는 서로를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사람들이 아니다.
서로의 존재조차 모른 채 각자의 세계에서 작품을 남겼다.
이 독특한 큐레이션의 책의 제목은,
<거장의 사생아들>이다.
거장들의 숨겨진 작품이나,
혹은 그들의 이름 아래 놓이지 못한 작품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줄 알았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정말 그들의 사생아들 이야기였다.
‘끝내 자신의 이름 안으로 들이지 않은 아이’라는
공통의 그늘 하나를 놓고 책이 쓰여졌다.
자, 다시 책의 제목으로 돌아가보면,
결국 책의 제목이 다시 은유적으로 보인다.
한 사람은 수없이 많은 문장을 남겼지만 한 아이에 대해서는 쓰지 않았고,
한 사람은 수없이 많은 얼굴을 그렸지만 한 아이의 얼굴은 남기지 않았다.
기록되지 않은 아이와 그려지지 않은 아이.
어쩌면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거장이 세상에 남긴 것보다
그들이 자신의 세계 밖에 남겨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품 → 삶 → 작품.
그림 → 삶 → 다시 그림.
작품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계속 수정된다.
이 책에는 르누아르의 유화가 무려 62점이나 들어 있다.
그저 우리가 알고 있는 따뜻한 르누아르의 예쁜 그림이라는 감상에서
그가 평생 수많은 사람을 그렸음에도 사생아로 알려진 딸 잔의 얼굴은
작품에서 찾을 수 없다는 사실까지 알고 나면,
그림을 보는 감각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반대로 평생 자신의 욕망과 모순을 들여다보고 기록했던 톨스토이에게서는
그토록 많이 기록한 사람이 무엇을 기록하지 않았는가를 보게 된다.
그리고 두 사생아가 우연히 같은 해 세상을 떠났다는
<1934>로 수렴되는 편집방식.
하나의 서사를 의식해 재배열한 독특한 큐레이션이
신선하고 너무 좋았다.
작품과 작품,
특히나 소설과 그림이라는 작품에
그 ‘사이’의 틈을 파고든 새로운 접근 방식이
작품을 읽어내는 독자에게 익숙한 작품을 낯설고
독특하게 재해석하고 다시 읽어내는 새로운 시선을 건네주어
이미 완성된 감상에서 전에 없던 서사를 길어올려준다.
작품의 틈을 파고든 이 방식이 너무 맘에 들어 기존에 이미
몇 권 더 나온 작품들이 있다기에 모두 읽어보고 싶어졌다.
다시 톨스토이와 르누아르로 돌아와보자면,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않았던 자신의 과오를
평생 글 속에서 되풀이해 들여다본 톨스토이.
수많은 사랑을 화폭에 담으면서도
끝내 자신의 예술 안에 담지 않은 사랑이 있던 르누아르.
말하지 않았지만 썼던 톨스토이.
사랑해야 할 대상을 그리지 않았던 르누아르.
작품 사이의 이 틈이
가장과 사생아라는 단어의 간극처럼
슬프게 다가온다.
거장들의 삶에서 만난 작품이 말하지 않은
그 여백, 간극이 그들의 작품을 더 사랑할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