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해가 안 가는 사람이 많이 있다. 지나치게 기싸움에 에너지를 쏟는다던가 말을 쓸데없이 비비 꼰다던가. 그것 말고도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이 여럿 있는데 나는 '저 인간이 왜 저럴까' 싶으면 그 의문을 해소하고자 항상 노력을 한다. 사람의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항상 많다. 그런 관심의 연장선으로 최근에 두 책을 읽었다.

심리학 관련된 책을 읽을 때마다 다시 되새기는 사실이 있다. 정신의 문제는 스펙트럼과 같아서 어디서부터 정상인이고 어디서부터 비정상인이라고 가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정 성향에 대해서 모두들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다가 그게 과한가 아닌가에 따라서 이게 문제가 되느냐 안 되느냐, 치유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가 나누어진다. 이런 점들을 살펴보다 보면 이해가 안 가는 사람의 태도도 나한테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동시에 항상 완벽하게 정상하고 건강한 인간이 있다면 그 사람은 다소 비인간적으로 보이고 다른 사람과 공감하는 소통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자의 인간관계'는 소위 나쁜 의미의 '여자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책이다. 누군가 여자들은 이래서~라고 말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입장이지만, 그렇게 정형화된 나쁜 의미의 여자 같은 성격을 지닌 사람이 실재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전형은 아니더라도 그 파편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굉장히 많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어느 정도 해당된다는 것을 느끼며 자기반성을 할 수 있었다.

책은 앞부분에 아주 분명한 어조로 왜 이런 성격이 생겨나게 되는지 이야기하고 넘어간다. 여성이 사회에서 선택받는 성이라는 특수한 위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자신이 주체적으로 무언갈 성취해 내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를 떨어트리고 밀어내는 데에 열중해서 누군가의 눈에 들고 간택되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책 속에서 이런 성격의 사람을 지칭할 때 '뒤틀린 여자'라는 단어로 지칭한다. '뒤틀린 여자'는 사회가 만들어 낸 산물이다.

각 상황별로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를 풀어내는데 굉장히 쉽게 적혀져 있어서 읽는 속도가 빠르다. 읽으면서 아, 이게 요점이구나 싶은 점이 몇 개 있었는데 나르시시즘의 심리학에서 나르시시스트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설명할 때에도 유사점이 보여서 굉장히 신기했다. 다른 심리상태에 대해서 보편화될 수 있는 요소구나 싶기도 했고 아니면 저런 뒤틀린 여자가 나르시시스트인건가 싶기도 했다.

'나르시시즘의 심리학'에서는 당연히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 나르시시스트 스스로가 책을 읽을 걸 기대하고 쓴 책은 아니고 그 사람들 옆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쓴 책이다. 각각의 상황별과 각각의 관계별로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 그들은 자신의 허황된 이미지를 위해서 현실을 심각하게 왜곡한다는 게 가장 특이한 점이다. 그리고 그 현실의 왜곡을 진실의 빛으로 드러나게 하는 상황에 대해서 굉장히 분개한다.

나르시시트와 얽히는 사람은 초반에 그들의 과장된 후광에 속아넘어가서 잠시 동조하게 될 수 있지만, 나르시시스트와 오랫동안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계는 금방 파탄 난다. 그들은 타인을 바라볼 때 선역 아니면 악역으로만 단순하게 바라본다. 자신의 기준에 선역에 든 사람은 무한하게 이상화하고 악역으로 판단하는 순간 매몰차게 깎아내린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좋은 면도 있고 나쁜 면도 있기에 나르시시스트가 칭찬과 욕을 극단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에 혼란스러움을 느끼기 일쑤다.

그 둘을 대할 때 대처법은 각 책이 말한 게 굉장히 유사했다. 뒤틀린 여자나 나르시시스트나 대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그들의 논리에 동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뒤틀린 기준으로 판단하고 상대방을 자꾸 평가하려고 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치졸한 눈치 주기와 같은 방법으로 공격하려 든다. 그러나 그 치졸한 눈치 주기, 눈치싸움의 판에 뛰어드는 순간 우리는 이길 수 없다. 그들은 그것을 진심으로 즐기면서 오랜 시간 해 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담담하고 솔직한 언어로 곧게 대하면 된다. 그들은 잠시 혼란에 빠지지만 그런 일관된 태도에 안도감을 느끼고 경쟁자가 아닌 사람으로 인식할 수 있다.

상대방이 지나치게 미쳤으면 내가 고치려는 태도는 아예 포기하는 게 좋다. 전문가도 아닌 사람은 거리를 두고 상황을 피하는 게 좋은 선택일 수 있다는 조언이 공통적이었다.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만 말할 줄 아는 게 얼마나 좋은 태도인지 배울 수 있었다. 원래도 내 머릿속에 항상 떠다니던 생각이 있었는데 이 두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맞는 말이라는 체감을 했다. '최고의 처세술은 착하게 사는 거다'라는 생각이다. 이상한 잡기술을 처세술이라고 달달 외우고 돌아다녀 봤자 거기에 에너지 쏟을 바에 그냥 단순하고 착하게 살고 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쓰는 게 낫다. 이 최상의 처세술을 내가 잘 행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항상 그게 옳은 방향이라는 생각은 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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