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흔들리되 부러지지는 않기를 - 인문학 카페에서 읽는 16통의 편지
노진서 지음 / 이담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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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카페에서 읽는 16통의 편지
마흔, 흔들리되 부러지지는 않기를

노진서 지음, 엘로 그림, 이담 Books


어린날을 찾아가는 첫번째 편지부터 죽음까지 16 통의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각 편지의 첫부분은 짧은 만화로 구성되어있어서 주의를 환기시키고, 새 편지에 집중하게 해준다.

각 도입부의 만화는 그림이 몽환적이다. 가는 펜으로 매끈하지않게 여러선으로 두리뭉실하게 사물을 표현하는 것에서 나타난다. 색체도 탁한색을 선택하여 그 느낌을 더해준다. 또한, 그림의 프레임도 정형적이지 않게 손으로 비뚤비뚤하게 아구가 딱 맞지않게 되어있는 것이 추억의 아련함을 많이 나타내는 것과 잘 어우러진다.

두번째 편지에 나오는 이야기다. 노나라 임금이 날아든 바닷새를 위해 고기, 술, 음식을 극진히 대접했으나, 바닷새는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은 채 사흘만에 죽어버렸다. 우리 아이에 빗대어 이 이야기를 하고있는데, 아이에게 내 기준으로 배움을 강요는 것이 힘들게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사랑하는 내 아이를 바닷새처럼 죽이지말고, 차라리 풀어주고 바라만 보는 것으로 만족하라는 얘기다. 아이가 똑똑할 수록 그 기대감과 짐이 커진다. 아이가 훨훨 날아갈 수 있게 그 무게를 덜어주자. 내 부모에게 내가 바랬던 것처럼.

네 번째 편지에는 사랑에 관한 소설이 나온다. 공주와 사랑에 빠진 노예의 심판에 관한 내용이다. 심판시에 두 개의 문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데, 한쪽에는 굶주린 호랑이가 있고 다른쪽에는 무조건 결혼해야하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 공주는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힌트를 줘서 노예가 선택한다는 내용이다. 과연 질투와 사랑 중 어떤 것이 승리할 것인지. 저자는 질투쪽에 손을 들어줬기 때문에, 오히려 사랑쪽에도 무게를 실어주고 싶다. 아름답게 사랑했던 날들의 추억과, 수려한 용모의 아직도 사랑하는 사내를 똑바로 쳐다보며 호랑이 쪽으로 인도해 주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내에게도 공주의 몸짓만으로 거침없이 문을 선택하는 사랑과 믿음이 있는데, 거짓결혼 후에 다시 공주에게 돌아갈 여지가 있지 않겠는가.


아홉번째 편지에 나오는 시이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힘든 아버지의 모습에 숙연해진다. 마흔즈음의 보통 여자들에게는 이 시는 남편에게 더 어울리는 시다. 가장의 어깨에는, 남편의 어깨에는 항상 무거운 가족들이 얹혀있다. 가족의 사랑스런 따뜻한 말 한마디가 힘이 될 것이다.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이다. 마흔 즈음에 익숙한 정서와 작품들을 선택한 점도 그러하다. 각각의 편지에 해당하는 주제에 익숙한 이야기, 노래가사, 흥미로운 소설 등을 넣어서 하나하나의 커다란 덩어리를 이루어나가게 재치있게 구성되어 있다.

각 편지의 만화부분이 신선한 구성이다. 초반의 도입부에서늘 너무나도 익숙한 분위기로 시작되어 식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읽어나가면서 오히려 그러한 만화부분을 기대하면서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인생의 반쯤 달려가다가 뒤를 돌아보고 앞을 체크 하는 책이다. 나는 지금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자 한다. 젊은 시절의 추억을 곱씹으며 살았지만, 마흔도 -식상하지만-다시시작하기에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님을 안다.

마지막 만화는 어린시절부터 노년까지를 경험하고는 지하철에서 잠이 깨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끝난다. 반짝이던 시절의 나를 만나서 행복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나는 반짝이던 시절보다 더 반짝이게 되길 희망한다.


한우리북카페 서평단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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