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리에게 변혁의 길을 묻다 - 파울루 프레이리 교육학의 사상적 뿌리, 2023 세종도서 학술부문
심성보 지음 / 살림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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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수북이 쌓인 책장 어느 한 켠에 있을 법한 '프레이리'라는 이름이 다시금 호명되고 있다. <프레이리에게 변혁의 길을 묻다>는 우리 교육 전반에서 이론적 실천가이자 실천적 이론가로 활동하고 계신 심성보 교수님이 다시금 불러낸 '프레이리' 사상의 재조명을 담고 있다.

교육학은 그 뿌리가 없는 복합적이면서도 응용 학문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프레이리 또한 그 방대한 양의 책 내용, 그의 뇌리를 거쳐간 수많은 사상가들로 인해 교육학의 백과사전과 같은 인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런 피상적 생각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재구성된다.


이 책은 프레이리의 삶의 여정을 조명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에게 영향을 미친 사상과 그의 교육사상을 집약시킨 핵심어를 거쳐 프레이리의 교육학이 어떤 사상적 뿌리를 가지고 있고 그 사상을 어떻게 계승하고 실천할 것인가로 마무리되는 구조로 진행된다. 그는 억압받는 이들의 희망이자 삶의 부조리를 직시한 실천적 지식인이었다. 그는 삶의 부조리를 철저하게 간파한다. 그리고 그 뿌리를 분석한다. 그로부터 시작된 의식화, 비판의식 고양, 주체화 등의 핵심어는 그의 삶 전체를 관통하며 교육학의 근저에 뿌리내리기 시작한다. 교육이 만남을 통한 연대와 소통의 과정이라면 프레이리의 교육은 삶에서 만나고 삶에서 연대하고 삶에서 소통하는 삶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침묵을 강요받는 억압적 사회 구조, 교육 구조에 대해 사상으로 저항한다. 그의 변혁적 교육학의 목적은 '인간해방'(125쪽)이었고 이는 교육의 근본이자 목적이었다. 부조리와 불평등의 문제를 직시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교육이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축적하는 은행저축식 교육을 대체해야 하며 그 과정은 주체적 문제의식을 가진 의식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또 다른 인간과 대화하며 세계와 관계맺는 여정이다. 교육은 기능적으로 무엇인가를 해석하는 일이 아니라 삶을 성찰하고 비판하며 이를 통해 문해력을 쌓는 과정이다. 


프레이리가 꿈 꾼 교육의 유토피아는 "현실을 고발하고 미래를 선포하는 것 사이의 변증법적 관계"(231쪽)로서 현실에 대해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비판의식을 가지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인간의 의식으로 인해 다가설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 즉 인간성을 회복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화 교육이 이루어져야 유토피아는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교육은 "해방적 의식화"(267쪽)를 지향하는 자유의 교육이었다. 


필자는 방대한 프레이리의 사상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어는 "삶으로서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수많은 어휘들은 삶 속에 터하고 있으며 삶을 배반하지 않는다. 한 편으로는 여러 사상가들의 사상사를 단순히 집약한 것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만난 많은 사상가들이 그가 꿈 꾼 유토피아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프레이리는 그 대안을 삶 속에서 찾고자 하였으며 끊임없는 질문과 대화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였다. 그가 사상가와 만났듯이, 우리 또한 교육과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


교육 그 자체는 삶이자 만남이기 때문이다. 교육을 삶과 구별하되, 분리시키지 않는 소극적인 관점을 넘어서 교육을 삶 그 자체와 동일시하는 인간의 의식화가 중요한 이유다. 이 책을 통해 당장 부조리한 교육의 현실에 비명을 지르며 맞설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교육이 백년지대계이듯이 우리는 차분히 유토피아를 꿈꾸어야 하며 담담하게 부조리에 맞서며 천천히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비판적으로 질문해야 하며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문제를 제기한 후에는 연대와 소통을 통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프레이리가 꿈 꾼 어휘들이 우리 교육에 스며들어 교육을 바꾸고 나아가 삶 그 자체를 조금이나마 바꾸어 나간다면 우리는 프레이리가 꿈 꾼 유토피아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이 우리 삶에 스며들어 삶 그 자체가 되는 그 순간, 그 시대에 

우리는 더 나은 곳에 있을 것이며 종적인 인간으로서 서로 존중받고 평등한 평화로운 세계 속에서 희망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교사로서 이론적 실천가이자 실천적 이론가를 꿈꾸며 살고 있다. 이 책을 지은 심성보 교수님이나 프레이리라는 사상가의 발자국처럼 내가 꿈꾸는 이상이 현실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다소 느리더라도 천천히 이론과 현실의 사이에서 방황하며 교육을 통해 좀 더 나은 미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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