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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헌 -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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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난설헌. 조선중기 천재적 여류시인 허난설. 아름답고 애련한 그녀의 삶

 

리커버된 표지에서 느껴지는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한이 느껴지는 애틋한 얼굴의 모습에서 조선시대를 살아온 한 그녀의 삶이 어떠했을지 더욱 궁금해 책을 들게 되었다.

 

스물일곱, 짧고 불행한 삶을 살다 간 여인.
자신의 고독과 슬픔을 시로 달래던 여인.
호는 난설헌. 자는 경번. 이름은 초희


​[난설헌]은 시인으로서의 삶과 여자로서의 삶을 지내온 조선의 '아름다운 여인' 난설헌을 주인공으로 쓴 소설이다. 이 책은 시작은 초희의 결혼을 앞두고 함이 들어오면서 시작한다.


열 다섯살의 초희의 혼인을 앞두고 함이 들어오던 날. 퍼붓는 빗줄기에 묵직한 어둠골이 들어서고, 하늘과 땅 사이에는 그을음이 가득하다.
아버지 허엽과 어머니 김씨는 큰일을 앞둔 시점이라 안절부절 못한다.
함오는 날, 마치 결혼생활의 불길함을 예견이라도 하듯이 악재가 겹쳐 모두의 마음에 걱정과 불안함이 느껴진다.

 

그렇게 열일곱살의 안동김씨 성립과 혼인하게 된 초희는 시가로 들어가게 되고, 그 순간 열 다섯살의 초희는 결혼하기 이전의 삶과 결혼 후 삶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


"첫날밤, 신랑이 벗겨주어야 할 큰 머리와 활옷을 손수 벗으며 온갖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온종일 같이 수고한 신부를 곁에 두고도 코를 골며 저 혼자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사람. 저 사람을 지아비라고 믿고 평생을 섬겨야 하는 것이다. 단지 남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하늘이라는 위치를 확보해놓은 지상의 행운아들, 종종 동생 균에게 빗대놓고 하던 말이다."


난설헌 p91


아..첫날밤 이리 무책임할 정도로 행도하는 남편을 보고, 이 사람을 믿고 평생을 섬겨야 할 생각을 하다니,,단지, 남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대받고 대우받던 그 시절.


지금이라면? 나였다면?
어떻게 지낼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열 다섯살의 초희는 결혼과 동시에 남존여비의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결혼 후 초희는 시가로 들어가게 되고 시어머니인 송씨는 처음부터 수양버들가지마냥 여리고 가냘픈 며느리의 섬세한 외양이 마땅찮다. 초희가 얼굴이 예쁜것도, 시쓰는 것도 매우 맘에 들지 않는다. 오로지 시어머니의 기분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그녀가 남편에게 바라는 것은 다른게 아니였다. 벼슬이 없어도, 먹을 것이 궁해도 마음과 마음이 겹쳐지고 영혼과 영혼이 교감하는 그런 사이가 돠어주는 바랐다. 같이 앉아 시를 나누고 하늘과 별과 세상 끝까지 흘러가는 물에 대해 이야기 나누리라, 그런 남편과 더불어 세상의 끝까지 동행하리라 생각했다. 사람의 냄새가 나는 일을 더불어 나눌 수 있으리라 여겼건만 남편은 첫아이가 들어서면서부터 외박을 했고, 글 읽기보다 노는 데 힘을 모았다. 글방보다 기방을 출입하느라 모든 것을 허비했다." p188

 

 


과거시험에 계속 낙방하며 방탕한 생활을 하는 남편 성립. 남편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았건만, 그녀의 남편 성립은 본인이 해내지 못하는 일들에 대한 열등감과 열패감으로 가득차 있는 못난 남자였던 것이였다.


거기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과 사랑했던 오라버니의 유배와 죽음.
그리고 아들딸 하나씩을 강보에서 잃는 사건들까지..


​허난허설의 친오빠 허봉은 율곡 이이를 비판하다가 귀양을 떠나게 되고, 방랑생활 끝에 친오빠 허봉마저 죽고, 사랑하는 친정식구와 자식을 잃고 삶의 의욕을 잃었을 허난설헌.
스물 일곱살에 요절하기까지 어린 나이의 초희가 감당하기엔 너무도 힘든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시댁에서 소외받은 이후 더욱 그녀는 시쓰기와 독서에 몰입하게 되었다. 이런 난설헌의 시에는 그녀의 고단한 삶과 그녀의 섬세한 마음이 잘 나타내어져 있다.


​이 책의 특징은 문체가 아름답다는 것이다. 서정적인 문체로 한국적인 정서가 가득 묻어있고, 섬세한 표현으로 존중받지 못하는그녀의 애달픈 삶에 공감하며 읽어 나갈 수 있었다.


또한 조선 천재여류시인을 다룬 책인 만큼 내용 중간중간에 허난설의 시가 담겨져 있어 그녀가 겪고 있는 상황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지고 마음에 와 닿는다.


"나에게는 세 가지 한恨이 있다.


여자로 태어난 것, 조선에서 태어난 것,


그리고 남편의 아내가 된것..."


여자로 태어나, 그것도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나서 열등감에 쌓인 무능한 남편을 만나 살아온 고달픈 나날들..
천재적인 재능을 펼치지도 못하고 27살이라는 꽃 같이 아름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난설헌]


​단지 역사책에 남아있는 역사적 인물이 아닌 한 여자의 애틋한 삶을 마음으로 공감하며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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