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천하 베스트셀러 한국문학선 11
채만식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줄거리 소작료와 수형 장사로 1년에 십수만 원을 챙기는 거부 윤직원 영감은 30전밖에 되지 않는 인력거 삭으로 시비를 벌이고, 버스를 타더라도 큰돈을 내고는 거스름돈을 받지 못한다는 핑계로 무임승차를 하곤 하였다.윤직원 영감에게는 비참한 과거가 있었다. 노름꾼이던 그의 아버지 윤용규가 한몫을 잡아 재산을 불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윤두섭(윤직원의 본명) 부자는 화적떼로부터 무수한 약탈을 당했는데, 급기야는 어느 날 밤 들이닥친 화적떼에게 윤용규가 무참히 살해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때 고의춤도 여미지 못한 채 달아나 목숨을 보전한 윤두섭은 화적들이 물러간 뒤 돌아와 '오오냐,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라고 비장하게 외친 바 있다. 이러한 고생을 하며 모은 재산이니 그가 한 푼의 돈을 쓰는 것에도 벌벌 떠는 것이 무리가 아니라 하겠다.

시골 치안의 허술함과 후손 교육을 기회삼아 서울로 올라온 윤직원 영감에겐 지금(일제시대)이야말로 '태평천하'다. 든든한 경찰이 있어 도둑 걱정 없고 자신의 고리대금업은 날로 번창하고 있으니 이런 좋은 세상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이러니만큼 현재의 그에게는 사회주의 운동 운운하는 자들이야말로 가장 경멸스럽고 두려운 인물들이다.
현실적 위협이 없으니 윤직원 영감에게 절박한 근심은 없다. 단지 남은 소원이 있다면 그의 두 손자 - 종수와 종학이 각각 하나는 군수, 하나는 경찰서장이 되어 집안에 지위와 명성을 보태어주는 것뿐이다. 돈이 있으니만큼 이러한 자리욕심이 생긴 것인데, 사실 직원이라는 그의 직함도 시골에 있을 무렵, 향교의 수장자리를 돈 주고 사들인 것이다.
오래 살 욕심에 아침마다 자신의 소변으로 눈을 씻고 어린아이의 소변을 사서 먹는 갖은 양생법을 실천하는 윤직원 영감이지만 사실 그의 집안사정은 말이 아니다. 그의 외아들 창식은 첩살림을 차려나가 하는 일이라곤 노름에 계집질뿐으로 주색잡기에 수천 금을 뿌리고 있으며, 맏손자인 종수는 군수가 되리라는 명목으로 시골 군청의 고원으로 취직해 있으면서 역시 첩살림에 갖은 주색잡기로 수만의 가산을 탕진하고 있는 판이다. 둘째 손자 종학은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어 윤직원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터이지만 이도 서울 집에 있는 본부인과 이혼하겠다며 성화를 피우고 있다.

또 윤직원 영감은 여러 차례 아이를 바꾸어 가며 동접을 기도하나, 이번에는 열다섯 짜리 춘심이년이 애간장을 태운다. 더군다나 춘심이는 윤직원의 증손자 경손이와 몰래 눈이 맞아 연애를 즐기는 중이었다.이런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 윤직원 영감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이 날아든다. 맏아들 창식이 동경으로부터 온 전보를 윤직원에게 전해주었는데 거기에는 '종학, 사상관계로 피검' 이란 내용이 선명히 찍혀있었다. 자신이 가장 증오하고 두려워 해 마지않는 사회주의에, 가장 큰 희망이요 보람이었던 경찰서장감 종학이 연루되었다는 것을 안 윤직원은 노여움에 비틀거리며 소리 지른다.'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오죽이나... 이 태평 천하에... '

2.느낀 점 윤직원 영감은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만석꾼이 부자이나 실제 그의 삶은 부러워 할만한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는 일제의 수탈과 착취 속에 빈궁화현상이 계속되어 가는데도 자신의 부를 늘리는 것에만 급급해, 일본 경찰들의 치안유지를 감사해하고 그것을 태평천하라 칭송한다. 얼마 전 새 정부가 들어서며 재벌개혁을 한다고 여러 기업들을 조사해 탈법이 밝혀지면 구속을 하고 있다. ‘돈이 그렇게 많으면서 뭐 하러 세금을 때어가면서 까지 이윤을 남기려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 가질수록 더 많이 가지고 싶어지는 것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돈이 많다고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는 돈보다는 우리 가족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느낀다!

3. 의견 태평천하의 이야기 어투가 판소리 투라 바로바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두세 번씩 읽으며 말로 읊어 본 뒤에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줄거리 난장이가 공구부대를 끌며 잡일거리를 찾아 배회하고 있는데 동네 여인들의 조롱과 불신에도 불구하고 신애는 난장이를 불러 자기 집 수도를 고친다. 그 때 동네 수도업자들이 나타나 자신들의 영업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난장이를 무지막지하게 구타하자 그들의 폭력에 분노한 신애는 칼을 들고 나와 그들 중 한 명을 찌른다.

난장이의 동네에 철거 명령이 떨어지고, 아파트에 입주할 능력이 없는 난장이 일가는 결국 입주권을 헐값에 팔아넘기고, 난장이가 평생을 걸려 만든 집은 강제 철거당한다. 삶의 희망을 잃고 죽음을 결심한 난장이는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돈을 벌어 주기 위해 꼽추와 함께 약장수를 따라다니겠다고 장남 영수한테 심경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장남 영수의 만류로, 그 뜻마저 꺾이고 결국은 희망도 사랑도 없는 이 땅을 떠나 이상의 세계인 달나라로 간다. 은강그룹의 기계공장에 취직한 영수는 노조지부장에게 야근수당을 받게 해줄 것과 부당 해고에 대항해 싸워줄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노조지부장이 회사와 한통속이라는 것을 안 영수는 방직 공장의 노동자들과 함께 새 노조를 만들어 사용자와 협상을 벌이지만 협상은 결렬되고 회사는 비밀스런 폭력으로 노동자들을 제압하려 한다. 그들은 폭력에 끝까지 맞서지만 결국 투쟁은 패배로 끝나고 노조는 해체된다.

절망한 영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은강그룹이 총수를 죽여 노동자들을 비참한 생활로부터 구출해 내는 것뿐이라는 생각으로 사람을 죽일 것을 결심한다. 그러나 그의 칼에 찔려 죽은 건 그가 노린 은강그룹의 총수가 아니라 동생이었다. 살인죄로 법정에 선 영수는 사형을 선고받고 형장으로 끌려 나간다.

2. 느낀 점 :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발전된 사회가 정당하고 도덕적인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힘없는 사람들의 불행한 삶을 토대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은 나의 지금까지의 철없는 생활태도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무엇이든 풍족한 지금, 왜 나는 언제나 부족하다고 느끼고 투정만 해댔는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으며 경제발전이라는 화려한 겉모습 뒤에서 절망하고 고통스러워하던 우리 노동자들의 존재를 깊이 깨닫게 되었다.

수도를 고치는 난장이와 대화를 나누며 난장이로부터 깊은 동질감을 느끼는 신애, 철거 명령 앞에 무력하게 쫓겨나야 했던 난장이 일가, 최후의 시도마저 어긋나버린 영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들 희망도 없이 그저 사용자들의 무력 앞에 당하기만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클라인 씨의 병을 보고 '이 세계에서는 갇혔다는 그 자체가 착각예요'라는 영수의 말과 이 책의 재일처음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수학교사의 이야기는 갇힘이 헤어 날 수 없는 절대적 현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알려주고 있는 듯 하다.

뉴스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노동력 착취에 관한 소식을 들으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속의 사회는 지금도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70,80년대의 고통을 겪고 나서도 노동자를 위한 정당한 사회적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너무나 의문스럽고 화가 난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힘없는 사람들(어쩌면 우리들 자신일지도 모를)의 삶이 너무 절망적이고 불행해지지 않도록 많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버지는 그런 세상에서는 지나친 부의 축적을 사랑의 상실로 공인하고,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 집에 내리는 햇빛을 가려 버리고, 바람도 막아 버리고, 전깃불도 잘라 버리고, 수도선도 끊어 버린다. 그 세상 사람들은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자식을 키운다. 비도 사랑으로 내리게 하고, 사랑으로 평형으로 이루고, 사랑으로 바람을 불러 작은 미나리아재비꽃줄기까지 머물게 한다. 아버지는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을 벌하기 위해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믿었다.'

3.의견각각의 이야기들이 모두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사건의 배열이 규칙적이지 않아서 그 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려웠지만 작가가 전하려 한 주제만은 너무도 강렬하게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낮게 더 느리게 더 부드럽게 - 절충과 완만의 미학 영국문화 이야기
박종성 지음 / 한겨레출판 / 2001년 2월
평점 :
절판


1. 느낀 점: 영국이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런던의 짙은 안개와 흐린 날씨, 그리고 무뚝뚝한 표정의 영국인들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영국에 대해 아주 일부분만을 알고 있었으면서 너무 성급한 판단을 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영국인들의 무뚝뚝한 표정 뒤에 가려진 관용정신과 성숙된 시민의식을 알게 되었고, 많은 희생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발전해온 그들의 의회민주주의 정치에 부러움을 갖게 되었다.

특히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를 차별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영국인들의 의식이 놀라웠다. 우리나라에서는 몸이 조금 불편할 뿐인 장애인들조차 잘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 비문명적인 왕실제도를 고수하는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여러 가지 반문화적인 요소들을 유연하게 수용할 줄 안다는 점이 영국인들의 강점인 것 같다.

세계재일의 정치선진국이라 불려지는 영국은 상. 하원으로 나뉜 의회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영국은 부패행위방지법과 깨끗한 공천 과정이 잘 정착되어 있으며, 위증죄에 대한 처벌도 무겁다. 그들의 회의는 신랄한 입심이 날카로우면서도 위트가 넘쳐 서커스 같다. 영국에서는 인기성 발언보다는 직언을 하는 사람이 존경을 받는다. 서로에 대한 인신공격과 고함소리가 난무해 싸움장을 방불케 하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상원은 세습제에 의해 선출되고 있는데, 민주주의가 가장 잘 발달한 나라에 가장 비민주적인 세습제가 남아있는 것은 상원의 지혜와 하원의 정열을 모두 활용하려는 영국식 절충주의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까지도 선거에서의 인기성 발언과 공약난무, 지역감정이 많이 남아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본받아야할 점이 영국의 의회제도인 것 같다.
그러나 영국인들은 자국민 우월주의로 인해 부도덕적인 해적질이나 부당한 관세부과와 같은 만행을 저질러 왔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잘 발달해 있다곤 하지만 아직까지 남아있는 세습귀족이나 하원의 대부분을 배출해내는 귀족학교를 본다면 영국이 과연 세계민주주의의 선두주자라 불릴만한지 의심스럽다. 이렇듯 모든 것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함께 공존하는 것 같다.

2.내 생각: 이 책의 저자는 8년 반 동안 영국생활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외부인의 관점에서 효과적으로 잘 엮어낸 것 같다. 영국을 정치, 교육 문화 등 여러 면에서 두루 소개하여 누가 읽어도 영국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러나 영국에 우리나라를 빗대어 표현하는 부분들이 너무 단정적인 것 같다. 영국이라는 나라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해도 여러 사람들이 읽는 책에서의 그러한 견해들은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